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6일 “5688억원이나 줄어든 예산으론 사고로부터, 성범죄로부터, 혐오와 폭력으로부터, 유해 물질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향해 나아가는 먼 길을 걸어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오후 서울시의회의 서울교육청 예산안 의결을 앞두고 이같이 밝혔다.
당초 교육청은 12조8915억원을 내년도 예산으로 편성했으나, 시의회에서 5688억원을 삭감시켰다.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를 빼면 9.2%에 달하는 규모다.
조 교육감은 예산 삭감에 따라 학생들이 입을 피해를 걱정했다. 시의회가 삭감한 5688억원 안에는 학교기본운영비 1829억원, 전자칠판 보급 1509억원, 교육용 태블릿PC 디벗 보급 923억원, 혁신교육지구 165억원, 공영형사립유치원 지원금 20억원, 교육후견인 예산 4억원 등이 있다.
조 교육감은 특히 자신의 3기 역점 사업인 디벗·전자칠판 예산 전액 삭감에 대해 “고1 학생에게 스마트 기기를 보급하는 디벗 사업은 교육청이 중앙 정부와 발을 맞추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라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에게 스마트 기기를 보급하고 전자칠판을 지원하는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는 서울교육의 발걸음이 더디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또 “혁신교육지구 정책을 새롭게 재구조화한 서울미래교육지구 정책도 교육부의 주요한 사업으로 2023년은 서울교육청이 사업 주관청이 된다”, “기본생활에 대한 긴급 지원을 포함해 학습·심리정서·돌봄 지원을 하는 교육후견인 사업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등 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한 사업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이 과정에서 보수 정권의 ‘디지털 인재양성’, ‘돌봄시간 연장’ 등 정책에 공감하는 자신과 달리 시의회는 교육청과 호응하지 않아 아쉽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저는 특정 정당에 속하지 않은 교육감으로서 입장이 다른 분들과도 함께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왔다”며 “역지사지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라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시의원들을 향해 “많은 학부모들이 내년에 펼쳐질 서울교육 풍경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학부모들과 시민의 걱정에 귀를 기울여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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