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49일째인 16일 오전 대한불교조계종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조계종의 10·29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를 봉행했다.
제단엔 유가족 동의를 얻은 65명의 영정과 77명의 위패가 모셔졌다. 희생자 수를 의미하는 158차례 추모 타종과 함께 위령제가 시작되자 유가족들은 눈물을 훔쳤다. 위령제 도중 유가족들은 굳은 얼굴로 이따금 눈물을 닦아냈다.
“그대들 잘못 아니다” 위로
이날 최저 영하 11도의 추위에도 유가족 150여 명, 스님 100여 명, 신도 500여 명과 시민들이 조계사를 찾았다.
이수민 조계사 청년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친구였고 가족이었던 이들이 좁디좁은 골목길에서 고통 속에 쓰러져갔다”며 “그곳에 있었던 건 그대들의 잘못이 아니다. 부디 모든 고통 잊고 아픔 없는 곳에서 평온하길 바란다”고 했다.
속세에 대한 애착을 씻는 의식을 마친 뒤 불공과 법문이 이어졌다. 조계사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추모 법문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돼 있어 나의 일이 너의 일이고 너의 일이 나의 일인 것”이라며 “우리 모두는 영가(靈駕·영혼을 의미하는 불교 용어)와 가족들에게 한없는 위안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법문이 끝난 뒤 유가족이 차례로 제단에 올라 희생자 영정 앞에 예를 갖췄다. 영정을 마주한 유가족들은 큰 소리로 울거나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오랫동안 영정 속 얼굴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희생자 위패, 옷 태우며 통곡
희생자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가 유가족을 대표해 “오늘이 오지 않았으면 했다. 내 아들이 이승에 남아 있는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혀왔다”면서도 “잘 보내야겠다고 생각해 오늘은 아름다운 말만 하려고 한다”고 울먹였다. 다른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이어서 낭독한 조 씨는 중간 중간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느라 말을 멈췄다. 편지를 낭독하는 동안 장내 곳곳에선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희생자들의 위패를 불로 태우는 ‘소전’ 의식이 치러지자 유가족들은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다. 통곡 소리가 대웅전 앞마당을 가득 채웠다. 어머니들이 희생자의 옷을 태운 연기가 피어오르는 방향으로 떠나간 아들, 딸의 이름을 목 놓아 외쳤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연신 눈물을 훔쳤다. 레바논에서 출장 차 한국을 찾았다는 티나 자크 씨(35)는 “국제 뉴스로 이태원 참사를 접했다. 출장 일정 중 여유가 생겨 추모제에 와보고 싶었다”며 “너무나 비극적인 일이다. 서울처럼 발전된 도시에서 이런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는 게 아직도 잘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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