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예람 2차 가해 혐의’ 상관·군검사, 재판서 혐의 부인

고(故) 이예람 중사의 강제추행 피해 이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거짓으로 보고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직속 상급자 등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B씨 등 당시 이 중사의 직속상관들과 수사를 맡았던 군검사 C씨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은 정식재판으로 피고인들의 법정 출석 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A씨 등 3명은 기소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 A씨 등은 대체로 혐의를 부인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출석한 피고인들도 앞선 변호인 측의 입장과 동일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증거 의견 등을 취합해 증인신문 절차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증인신문 대상으로는 당시 이 중사의 강제추행 피해 및 사망 사건과 관련한 군 내 수사 관계자와 간부 등으로 알려졌는데, 재판부가 정리한 증인 숫자만 총 29명에 달한다고 한다. 재판부는 특검과 변호인 양측에 신속한 심리를 위해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중사는 지난해 3월 가해자 장모 중사로부터 강제추행 피해를 당한 뒤 같은 해 5월22일 20전투비행단(20비) 영내 관사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사의 직속 상급자였던 대대장 A씨는 이 중사의 성추행 사건을 수사하던 3월, 장 중사가 이 중사와 분리돼있지 않음에도 두 사람이 분리돼 있다며 공군본부의 인사담당자에게 허위 사실을 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같은 달 군 경찰로부터 장 중사의 파견을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받지 않았음에도 파견을 조사 이후로 연기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거짓으로 보고한 혐의 등도 있다.

특검은 같은 20비 소속 중대장이었던 B씨에게는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B씨는 이 중사의 강제추행 피해 이후 이 중사가 전입하려던 제15특수임무비행단 소속 중대장에게 ‘이 중사가 좀 이상하고 20비 관련 언급만 해도 고소하려고 한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이 중사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를 맡았던 당시 20비 군검사 C씨에게는 직무유기 등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은 C씨가 이 중사의 심리상태 악화와 2차 가해 정황을 알았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조사를 미루는 등 수사를 소홀히 했다고 의심했다.

한편 이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장 중사는 지난 9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장 중사는 이 중사가 허위로 신고했다는 취지로 동료들에게 말하는 등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또 다른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