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소득이 적을수록 자녀의 대학 진학 비율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모의 경제력이 교육 기회에 미치는 영향이 강해지면서, 교육의 계층 간 사다리 역할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부모의 소득 수준이 자녀의 학력 수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부모의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하위 25%) 가정의 만 22세 자녀 중 41%만 일반대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가장 높은 4분위(상위 25%)에선 68%가 일반대에 진학했다.
이는 2016년 고교 2학년이었던 7590명의 진학 결과를 지난해 기준으로 추적 조사한 것이다. 진학 현황을 △고등학교 졸업 △2~4년제 전문대 재학·휴학·졸업 △4~6년제 일반대 재학·휴학·졸업 등으로 나눠 분석했다. 부모의 소득 분위는 실수령액 기준 부모의 월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4개 분위로 나눴다.
분석 결과 부모의 경제력에 비례해 자녀의 대학 진학률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일반대에 진학한 비율은 △1분위 41% △2분위 48% △3분위 59% △4분위 68%였다. 반대로 대학에 가지 않은 비율은 △1분위 35% △2분위 29% △3분위 21% △4분위 15%로 소득이 높을수록 낮아졌다. 전문대 진학 비율은 △1분위 23% △2분위 23% △3분위 20% △4분위 17%였다.
부모의 경제적 지원에 대한 기대에 따라서도 진학률이 달랐다. ‘부모가 경제적으로 자녀를 언제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학 미진학자의 53%는 ‘고등학교 졸업까지’라고 답했다. ‘대학 졸업까지’라는 응답은 20%였다.
반면 일반대에 진학한 자녀들은 ‘대학 졸업까지’가 50%, ‘고등학교 졸업까지’라는 응답은 36%였다. 보고서는 “자녀가 부모에게 가지는 경제적 지원에 대한 기대가 대학 진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의 소득 격차에 따른 대학 진학률 차이는 기존 연구에서도 나타난 현상이다. 2016년 구인회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연구팀이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학술지에 발표한 ‘대학 진학에서의 계층 격차: 가족 소득의 역할’ 논문에 따르면 고등학교 성적 상위권 학생 중 고소득층의 일반대 진학률은 90.8%였지만, 비슷한 성적의 저소득층 학생은 그보다 15.2%포인트 적은 75.6%만 일반대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4년 서울 초등학교 4학년생 895명의 대학 진학 결과를 추적 관찰한 결과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수현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980~1990년대 교육육이 계층 간 이동 사다리 역할을 해왔으나, 국가가 저성장, 양극화 사회로 변화하면서 교육은 부모의 소득에 따라 그 기간과 수준이 달라지는 계층 간 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대학 진학 문턱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가정의 경제력에 따라 고등교육 수준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며 “사회 전반의 계층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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