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거리를 2시간 걸려” 호남-제주 폭설에 피해 속출…하늘-바닷길도 ‘꽁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8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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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3시50분께 폭설로 교통이 정체된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도로에서 경찰이 꼬리물기 차량에 대한 교통정리를 실시하고 있다. 2022.12.17 뉴스1
17일 오후 3시50분께 폭설로 교통이 정체된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도로에서 경찰이 꼬리물기 차량에 대한 교통정리를 실시하고 있다. 2022.12.17 뉴스1
“평소 2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인데, 눈길에 갇혀 2시간이나 걸렸어요.”

17일 오후 5시 전북 김제에서 일을 보고 20km 가량 떨어진 전주 자택에 도착한 강모 씨(48)는 저녁 약속을 포기했다. 이날 전북 일부 지역에는 30㎝ 넘는 폭설이 내렸는데 기온까지 영하 10도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시내 곳곳이 빙판길로 변했다. 강 씨는 “얼음길을 달리느라 신경을 곤두세웠는데, 막판에는 연료도 충분치 않아 자칫 도로에 고립될 뻔 했다”고 하소연했다.

18일 오전 기상악화로 제주를 오가는 항공기 90여편이 결항된 가운데 제주국제공항 대합실 전광판에 결항을 알리는 문구가 떠있다. 2022.12.18 뉴스1
18일 오전 기상악화로 제주를 오가는 항공기 90여편이 결항된 가운데 제주국제공항 대합실 전광판에 결항을 알리는 문구가 떠있다. 2022.12.18 뉴스1
17~18일 호남 등 서해안과 제주에 폭설이 이어지면서 항공기와 여객선 수백 편이 결항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 삼각봉(31.8㎝), 전북 군산(20.6㎝), 충남 서천(12.8㎝) 등에선 ‘눈폭탄’이 쏟아졌고 전국적으로 빙판길 낙상사고와 교통사고도 속출했다.

● 폭설에 하늘길과 바닷길 ‘꽁꽁’

제주는 이틀 간 폭설로 고립 직전까지 갔다. 제주공항에선 18일 오후까지 항공편 100편(출발 50, 도착 50)이 무더기 결항했다. 항공편 지연도 많아 이날 운항이 계획된 468편 중 정상운행한 것은 105편(출발 45, 도착 60) 뿐이었다.

18일 오전 기상악화로 제주를 오가는 항공기 90여편이 결항된 가운데 제주국제공항이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2.12.18 뉴스1
18일 오전 기상악화로 제주를 오가는 항공기 90여편이 결항된 가운데 제주국제공항이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2.12.18 뉴스1
이날 제주공항 대합실은 비행기표를 구하려는 관광객 등으로 큰 혼잡을 빚었다. 서귀포 시민 최모 씨(45·여)는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서울로 가야 하는데 표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했다. 광주공항에서도 이날만 항공기 12편이 취소됐다.

바닷길도 끊겨 호남 지역 섬 대부분은 육지와 단절됐다. 전남은 여객선 전 항로(54항로, 88척) 운항이 중단됐고, 전북에선 군산∼어청도 등 4개 항로가 통제됐다. 인천 지역에서도 14개 항로 가운데 인천~백령도, 인천~연평도 등 9개 항로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다.

한라산과 지리산 덕유산 등 국립공원 탐방로 12곳, 133개 노선이 전면 통제됐으며 전남 구례 성삼재, 진도 두목재 등 일부 도로는 차량 운행이 제한됐다.

● 빙판길에 낙상-교통사고 속출

빙판길 교통사고가 속출하면서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18일 오후 10시 반경 경남 합천에선 빙판길에 미끄러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건물 외벽을 들이받아 50대 남성이 사망하고 함께 탄 4명이 부상을 입었다. 17일 오전 9시 5분 충남 예산군 당진∼영덕 고속도로에선 관광버스가 눈길에 승용차와 충돌한 후 전복돼 36명이 경상을 입었다. 이날 오전 예산에는 13.5㎝의 폭설이 내렸다. 얼어붙은 길을 걷다 넘어지는 낙상사고도 잇따랐다.

광주와 전주에선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민 항의가 이어졌다. 광주의 경우 광주시청과 전남도청 주변 간선도로까지도 제설 작업이 미진해 빙판길로 변했다. 차량은 시속 10~20km로 거북이 걸음을 했다. 전주도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구도심을 오가는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광주시청 당직실에는 18일 제설작업을 해달라는 시민 전화가 수십 통 걸려왔고, 전주시청에도 시민 항의 전화가 폭주했다. 전주에 사는 유모 씨(51)는 “이날 평소 30분 걸리던 시내 거리를 이동하는 데 3시간이 걸렸다. 많은 눈이 예보됐는데 제설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17일 광주 한 도로에서 보행자들이 폭설 속에서 조심스레 걸어가고 있다. 2022.12.17 뉴스1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17일 광주 한 도로에서 보행자들이 폭설 속에서 조심스레 걸어가고 있다. 2022.12.17 뉴스1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빙판길로 변한 사진들이 잇달아 게시됐다. 광주시와 전주시 측은 “장비와 인력을 대거 투입해 밤새 제설작업을 했지만 예상보다 눈이 많이 내린 데다 새벽시간에 폭설이 집중돼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 한파 피해도 이어져

18일에는 올 겨울 들어 가장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며 아침 최저기온이 강원 철원군의 경우 영하 19.4도, 서울은 영하 12도 등 전국이 영하권에 들었다. 전국 곳곳에서 수도 계량기 동파 피해 등이 속출했다. 한강도 일부 얼어붙었다.

서울시는 18일 오전 7시 올해 첫 ‘동파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총 4개 단계 중 두 번째로 심각한 단계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파를 막기 위해선 수돗물을 가늘게 틀어 놓고 계량기함을 비닐로 덮는 등의 조치를 해주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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