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發 한파-폭설]
제주 이틀 폭설에 항공 100편 결항, 호남 섬들 대부분 육지와 단절
국립공원 탐방로도 전면 통제… 광주-전주선 제설 항의전화 쇄도
“평소 20분이면 도착하는데, 눈길에 갇혀 2시간이나 걸렸어요.”
17일 오후 5시 전북 김제에서 일을 보고 20km가량 떨어진 전주 자택에 도착한 강모 씨(48)는 저녁 약속을 포기했다. 이날 전북 일부 지역에 30cm가 넘는 폭설이 내렸는데 기온까지 영하 10도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시내 곳곳이 빙판길로 변했다. 강 씨는 “막판에는 연료도 충분치 않아 자칫 도로에 고립될 뻔했다”고 하소연했다.
17∼18일 호남 등 서해안과 제주에 폭설이 이어지면서 항공기와 여객선 수백 편이 결항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 사제비(32.2cm), 전북 군산(30.5cm) 등에선 ‘눈폭탄’이 쏟아졌고 전국적으로 빙판길 낙상사고와 교통사고도 속출했다.
○ 하늘길과 바닷길 ‘꽁꽁’
제주는 이틀간 폭설로 고립 직전까지 갔다. 제주공항에선 18일 저녁까지 항공편 100편이 무더기 결항했다. 항공편 지연도 많아 이날 운항이 계획된 469편 중 정상 운항한 것은 213편(출발 98편, 도착 115편)에 그쳤다.
이날 제주국제공항은 항공권을 구하려는 관광객 등으로 혼잡을 빚었다. 서귀포 시민 최모 씨(45·여)는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서울로 가야 하는데 표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했다. 바닷길도 끊겨 호남 지역 섬 대부분은 육지와 단절됐다. 전남은 여객선 전 항로(54항로, 88척) 운항이 중단됐다. 한라산과 지리산 덕유산 등 국립공원 탐방로 12곳, 133개 노선이 전면 통제됐으며 전남 구례 성삼재, 진도 두목재 등 일부 도로는 차량 운행이 제한됐다.
○ 빙판길에 낙상·교통사고 속출
빙판길 교통사고가 속출했다. 18일 오후 10시 반경 경남 합천에선 빙판길에 미끄러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건물을 들이받아 50대 남성이 사망했다. 17일 오전 9시 5분 충남 예산군 당진∼영덕 고속도로에선 관광버스가 눈길에 승용차와 충돌한 후 전복돼 36명이 경상을 입었다. 얼어붙은 길을 걷다 넘어지는 낙상사고도 잇따랐다.
광주와 전주에선 제설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민 항의가 이어졌다. 광주의 경우 광주시청과 전남도청 주변 도로까지 빙판길로 변했다. 전주도 제설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구도심을 오가는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광주시청과 전주시청엔 항의 전화가 폭주했다. 전주시민 유모 씨(51)는 “평소 30분 걸리던 시내 거리를 이동하는 데 3시간이 걸렸다. 많은 눈이 예보됐는데 제설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소셜미디어에도 빙판길로 변한 도로 사진이 연달아 올라왔다. 광주시와 전주시 측은 “밤새 제설 작업을 했지만 예상보다 눈이 많이 내린 데다 새벽 시간에 폭설이 집중돼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18일에는 올겨울 들어 가장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며 아침 최저기온이 강원 철원 영하 19.4도, 서울 영하 12도 등 전국이 영하권에 들었고, 수도 계량기 동파 피해 등이 속출했다. 이날 오후엔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아파트 4000여 가구가 정전됐는데, 일부 단지의 경우 복구까지 2시간가량 걸려 주민들이 추위에 떨었다. 한강도 일부 얼어붙었다.
서울시는 18일 오전 7시 올해 첫 ‘동파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총 4개 단계 중 두 번째로 심각한 단계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파를 막기 위해선 수돗물을 가늘게 틀어 놓고 계량기함을 비닐로 덮는 등의 조치를 해주는 게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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