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시 도너리오름은 14년째 일반 탐방객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탐방객들로 인해 오름의 자연환경이 크게 훼손돼 2008년부터 ‘자연휴식년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제주 내 이런 오름은 도너리오름을 포함해 6개다. 도 관계자는 “단순히 사람의 출입을 막는 것을 넘어 자연을 적극적으로 복구하고 추가 훼손을 막는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인력과 예산이 충분치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제주는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인증 등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국제보호구역 인증을 4개나 갖고 있는 국제적으로 보호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하지만 탐방객이 늘면서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천혜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보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보전분담금’의 도입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 방문객 늘며 쓰레기 10년 새 70% 증가
환경보전분담금이란 환경오염의 원인 제공자가 오염 처리비용의 일부를 분담하는 제도다. 이미 해외의 유명 관광 국가·도시들이 비슷한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몰디브의 경우 관광객들로부터 추가 숙박료 형태로 하루 6달러의 ‘환경세’를 받고 있고,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방문객들에게 입장료 개념의 ‘관광세’ 10유로를 징수한다. 이렇게 모은 돈은 지역 자연을 보호하고 개선하는 데 쓴다.
제주도 이와 같은 환경보전분담금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방문객들이 숙박시설이나 전세버스, 렌터카를 이용할 때 일정 비용을 추가로 내도록 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방식을 고려하게 된 이유는 갈수록 제주의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주의 1인당 하루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10년 1.11kg에서 2020년 1.89kg으로 10년 새 70% 늘었다. 2020년 기준 전국에서 발생량 1위다.
도는 이런 생활폐기물 증가가 방문객의 증가와 궤를 같이한다고 보고 있다. 제주를 찾는 방문객 수는 2010년 이래 거의 2배가량 증가했다. 도 관계자는 “제주의 인구 대비 생활폐기물 배출량이 타 지역의 1.5∼2배인데, 방문객의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늘어난 탐방객들로 인해 국립공원이나 보호종 군락지가 훼손되는 일도 빈번하다. 숙박시설과 렌터카 등 교통 이용량이 늘며 수질과 대기 오염 문제도 심해지고 있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민기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외부인들이 버린 생활폐기물 처리 비용만 2016년 기준 연 558억 원으로 추산된다”며 “이 비용을 지자체가 모두 부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국제적으로 보호 가치가 높은 자연·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제주를 찾은 방문객들이 일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 도민-관광객 62.7% “환경보전분담 찬성”
2020년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가 도민과 관광객 313명에게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에 대한 의견을 설문한 결과 62.7%가 찬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도 도입에 대한 반론도 있다. 유명 자연·문화유산을 가진 타 시도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법 전문가인 한상운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른 지역에 없기 때문에 제주도 못 한다’는 식의 논리는 말이 안 된다”며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면 제주뿐 아니라 다른 시도도 도입하자는 방향으로 이야기해야 옳다”고 말했다. 도는 분담금 신설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포럼을 열고 내년 1분기(1∼3월)까지 제도의 이론적 근거를 확정할 계획이다. 관련법 개정을 위해 국회와 부처 협의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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