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주소’로 자율주행차 대리주차하고 전기차 충전까지 끝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0일 03시 00분


도로-건물 중심서 입체공간까지… 행안부 ‘주소체계 고도화 사업’ 추진
실내 주차장에 ‘사물주소’ 부여하고 고가-지하도로 ‘입체주소’ 활성화
운전자가 앱으로 자율대리주차 명령… 자율주행로봇 활용해 전기차 충전도
로봇 이용 비대면 배송서비스 실시… 폭설 땐 물류 취약지역에 드론배달

14일 세종시 나성동의 한 실내 주차장에서 자율주행로봇이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달 부산 강서구에서 열린 로봇 배송 시연에서 자율주행로봇이 편의점 물품을 배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14일 세종시 나성동의 한 실내 주차장에서 자율주행로봇이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달 부산 강서구에서 열린 로봇 배송 시연에서 자율주행로봇이 편의점 물품을 배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14일 오후 세종시 나성동의 한 실내 주차장.

자동차에서 내린 운전자가 스마트폰을 들고 ‘자율대리주차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주차 명령을 내리자 차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혼자 주차구역을 찾아간 차는 앞뒤로 몇 차례 움직이더니 흰색 선 안에 딱 맞게 주차했다.
● ‘사물주소’로 대리 주차·충전까지
이날 주차장에선 행정안전부와 세종시가 주최한 ‘주소기반 자율주행차 대리주차’ 시연 행사가 진행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주차장에 부여된 ‘나성남로 7-7번 주차장’이라는 ‘사물주소’ 덕분에 자율주행 대리 주차가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건물의 일부인 실내 주차장은 별도 주소와 전자지도가 없는 탓에 자율주행 기반 서비스가 불가능했다. 그런데 행안부는 이날 주차장과 주차 칸마다 주소를 부여해 시연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날 행사에선 자율주행로봇을 활용한 전기차 충전 실험도 진행됐다. 운전자가 실내 주차장에 주차한 뒤 앱에 주차 칸 주소를 입력하자 배터리팩을 지참한 자율주행로봇이 해당 위치로 이동해 차량을 충전했다. 충전이 끝나자 로봇은 알아서 원래 자리로 복귀했다. 운전자는 앱을 통해 충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실외 주차장 2만9664곳에 사물주소를 부여했으며 향후 실내 주차장에도 사물주소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아파트 주차장처럼 차량이 더 많은 곳에서 추가 테스트를 거친 뒤 상용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행안부는 도로와 건물 중심의 주소를 사물과 입체 공간까지 확대하는 ‘주소체계 고도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인식하는 주소체계를 만들어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사업의 핵심은 주차장·승강기 등에 주소를 부여하는 ‘사물주소’와 고가·지하도로 등 높이 개념을 도입한 ‘입체주소’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행안부는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 기준으로 1336억 원 규모의 주소정보 시장을 1조 원대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올 6월 이런 비전을 담은 ‘제1차 주소정보 활용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는 현재 지상도로 중심으로 16만 개인 ‘이동경로 주소’를 2026년까지 고가·지하도로, 건물 내부도로 등을 포함해 64만 개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금까지 건물 출입구 중심으로 700만 개였던 ‘배달 접점’은 사물, 공터 등으로 확대해 1400만 개로 늘릴 방침이다. 41종인 주소정보는 121종으로 확대한다.
● 드론 배송 시 주행 시간 70% 절감
주소체계가 고도화되면 드론과 자율주행로봇을 활용한 비대면 배송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행안부는 지난달 부산 스마트빌리지 1인 편의점에서 주문자 자택 문 앞까지 자율주행로봇으로 상품 배송을 시연했다. 올 10월엔 경기 가평군의 펜션 밀집 지역 20곳에서 편의점 드론 배송서비스를 시연했다. 드론의 경우 자동차로 배송할 때보다 주행 거리는 52km에서 15.7km로 69.8% 줄었고, 이동 시간도 89분에서 26분으로 70.8% 단축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도로는 구불구불하고 언덕이 많은데 드론은 직선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행안부는 물류 취약지역에 드론 배달점 332곳을 설치한 상태다. 행안부 관계자는 “거리 및 시간 절감은 물론이고 폭설이나 재난으로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도 효과적으로 배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건물 안에서 최단 이동 경로를 찾는 ‘실내 내비게이션’도 등장했다. 행안부는 이달 7일 대전 유성구 및 KAIST와 함께 개발한 실내 내비게이션을 대전 신세계백화점 4, 5층에서 선보였다. 실외 내비게이션에서 사용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는 건물 내부에서 차단되기 때문에 매장 호수별로 따로 구축된 주소정보를 이용해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한다.
● 실내에서도 내비게이션 활용 가능
실내 내비게이션은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중 더 빠른 경로까지 안내할 만큼 정확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휴대전화를 들고 층을 내려가면 내비게이션이 실시간으로 층수와 주변 매장을 인식해 화면이 바뀐다. 행안부 관계자는 “넓고 구조가 복잡한 건물에서 길을 잃었을 때, 재난 상황에서 대피해야 할 때 등에 유용할 것”이라며 “2026년까지 국내 주요 대형 건물에도 실내 내비게이션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도화된 주소체계는 응급 상황에도 잘 활용된다. 등산 중 부상을 당했을 경우 숲길 등에 부여된 기초번호 및 국가지점번호를 이용해 신고할 수 있다. 지하철역 화장실과 물품보관함, 소화전 등의 주소를 경찰과 소방 등이 실시간으로 공유하면 범죄 및 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행안부는 올 10월 이 같은 ‘한국형 주소체계(K주소)’를 국제표준화기구(ISO) 위원회에 제출했다. 건물·사물·공터 등 모든 공간에 대한 위치 표시, 입체적 이동 경로 등이 내년 말까지 ISO에 새로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주소는 이제 거주지 표시를 넘어 사람과 AI 간 위치 소통 수단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며 “주소정보를 촘촘하게 구축해 어디서나 정확한 위치를 표현하도록 하고, 이를 활용한 신산업모델 개발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사물주소#자율주행차#대리주차#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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