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보고 축구하러 왔어요” 강추위도 꺾지 못한 축구 열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1일 13시 29분


17일 서울 은평구 한 풋살장에서 진행된 어린이 축구 교실 수업. 구산초 3학년생인 이하빈 군(9·가운데)이 연습 경기를 벌이고 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축구를 하면 하나도 안 추워요”

17일 서울 은평구 한 실외 풋살장,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간 강추위에도 풋살장을 찾은 이하빈 군(9·구산초 3학년)은 ‘춥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은 19일 폐막했지만, 한국 축구 대표팀이 12년 만에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하면서 지핀 축구 열기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서울 시내 풋살장은 비수기인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축구를 배우러 온 아이들과 어른 동호인들로 주말 내내 북적였다.

17일 서울 은평구 한 풋살장, 은평구 소재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축구팀 ‘은평2022’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은평2022는 김윤 군(어울초), 박라온 군(어울초), 박선우 군(어울초), 이정원 군(어울초), 김윤후 군(선일초), 김서율 군(신도초), 김승호 군(은진초), 이하진 군(은진초), 이정훈 군(은빛초), 이하빈 군(구산초), 정시윤 군(수리초), 정재호 군(상명부초), 장현우 군(대조초), 이시현 군(신도초) 등 14명으로 구성됐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17일 오전 기자가 방문한 풋살장에서는 민간 업체가 운영하는 ‘어린이 축구 교실’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 군 등 초등학교 3학년 학생 12명은 축구 교실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패스, 슈팅을 연습하고 있었다.

이 군의 아버지 이경일 씨(39·서울 은평구)는 “하빈이가 5살 때 외할아버지에게 축구를 배운 뒤로 365일 축구공을 곁에 달고 산다”며 “손흥민 선수의 부상 투혼을 보고 크게 감명받았는지 아들이 커서 꼭 축구 선수가 되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매주 축구 수업은 거르지 않는다는 김윤후 군(9·선일초 3학년)은 “한국 대표팀이 포르투갈에 역전승한 경기를 보며 너무 행복했다”고 외쳤다, 김 군의 어머니 서율 씨(47·서울 은평구)는 “아이가 축구를 너무 사랑하다 보니 추운 날씨에도 축구 수업은 말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축구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은 올해 3월 ‘은평2022’라는 팀을 만들어 내년 초 예정된 초등학생 축구 대회에 나갈 계획이다.

17일 서울 은평구의 한 풋살장. 연습 경기 승부차기 키커로 나선 김윤후 군(9·선일초 3학년)이 골문을 향해 슈팅하고 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축구 교실이 끝나자 축구 동호인들의 풋살 경기가 이어졌다. 직장인 강산 씨(29·서울 종로구)는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메시의 발놀림을 보니 나도 모르게 피가 끓어 올랐다”며 “친구들을 불러 모아 수개월 만에 공을 차러 나왔다”고 말했다.

김준길 씨(60·서울 서대문구)는 축구를 즐기던 젊은 시절이 떠올라 홀로 풋살장을 찾았다고 한다. 김 씨는 “월드컵을 보니 축구가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 동생에게 구장 예약하는 법을 배웠다”며 “아들뻘인 젊은이들과 함께 뛰면서 기운을 잔뜩 얻었다”고 했다.

학부모들이 축구 연습 중인 자녀의 이름을 외치며 경기장 밖에서 응원하고 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축구 열기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시스템에 등록된 60여 개 풋살장 이용 건수는 올 11월 2903건으로, 지난해 11월(1607건)보다 81%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풋살장 이용 건수는 1856건이었는데, 올해는 12월 13일 기준 2458건으로 지난해 한 달 실적을 이미 웃돌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월드컵 흥행과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 우려가 줄면서 풋살장 이용객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풋살장 예약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원래 겨울철은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월드컵 덕분에 예약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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