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밀가루 대체 품종으로 주목받는 ‘가루쌀’ 성공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2일 03시 00분


전남도, 내년부터 대대적으로 재배
수확 후 바로 빻아 가루로 만들어
공정 간소화로 비용도 함께 절감
빵 등 다양한 용도로 제품화 가능

식량 안보와 쌀 수급 균형을 위해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가루쌀’이 주목받고 있다. 쌀 재배 면적이 전국에서 가장 넓은 전남도가 쌀 소비를 촉진하는 동시에 수입 밀가루 대체 효과가 큰 가루쌀을 내년부터 대대적으로 재배한다.
● 밀가루 대체 효과 큰 가루쌀
가루쌀은 밥을 짓기 위한 보통 멥쌀과 달리 밀처럼 바로 빻아 가루로 만들기 위한 벼 품종이다. 2019년 농촌진흥청이 가공용으로 개발했다. 분질미, 가루미 등으로 불려 왔으나 최근 가루쌀로 통일됐다. 일반 쌀은 전분 구조가 밀착돼 있어 가루로 만들려면 한두 시간 물에 불린 후 빻아야 한다. 밀보다 쌀을 가루로 만들 때 2배 이상의 비용이 드는 이유다. 쌀을 불리는 습식제분의 번거로움은 쌀가루 산업화를 막는 걸림돌로 꼽혔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식품 산업에서 원재료로 쓰인 쌀 61만4489t 중 쌀가루 사용량은 4만1435t(6.7%)에 불과했다.

그러나 가루쌀은 바로 가루로 만들 수 있다. 건식제분이 가능해 가공 공정이 눈에 띄게 줄었다. 비용도 함께 절감됐다. 활용성 또한 높아 현재 가루쌀로 제품화된 쌀 가공식품은 각종 빵과 케이크, 면류, 맥주, 아이스크림, 튀김가루, 어묵 등 다양하다. 전북 고창에 위치한 파머스 맥주는 가루쌀을 사용한 수제 쌀맥주를 편의점에 유통 중인데 목 넘김이 부드럽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빵으로 만들 때는 기존 쌀가루로 만든 제품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병해충에 강하고 생육 기간이 짧아 다른 작물과 돌려짓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6월 말이나 7월 초 늦은 모내기에 잘 적응해 동계작물과 이모작할 수 있어 식량자급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
● 가루쌀 생산단지 집중 육성
가루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 수입 가격이 상승하고 국제 곡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6월 식량주권 확보의 일환으로 ‘가루쌀(분질미)을 활용한 쌀 가공 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쌀 소비가 줄고 쌀값 하락이 가속화되면서 쌀 공급 과잉이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르자 농식품부는 쌀 수급 안정과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 내년부터 가루쌀 생산단지를 집중 육성키로 하고 생산단지 39곳을 최종 선정했다.

전남은 해남 5곳, 장흥 2곳, 나주 곡성 보성 영암 무안 진도 각 1곳 등 전국에서 가장 많은 13곳이 선정됐다. 사업비 27억4000만 원을 확보한 전남도는 내년부터 700ha 면적에서 본격적인 가루쌀 재배에 나선다.

농식품부는 가루쌀 재배지를 2023년 2000ha, 2026년까지 4만2000ha로 확대할 계획이어서 시장 전망도 밝다. 여기에 발맞춰 전남도는 2025년에 7200ha, 2026년 1만9000ha까지 늘릴 계획이다. 생산된 가루쌀의 판로 확보 및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해 내년도 생산단지에서 생산되는 가루쌀은 전량 공공비축미로 매입한다. 또 밀이나 동계 조사료와 이모작으로 가루쌀을 재배할 경우 ha당 250만 원의 전략작물직불금을 지원하고, 가루쌀만 재배하면 ha당 100만 원을 지원한다.

강효석 전남도 농축산식품국장은 “가루쌀은 수입 밀을 대체하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밀과 이모작이 가능하다”며 “가루쌀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전문 생산단지를 확대하고 식품기업의 제품 개발 및 수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입 밀가루 대체 품종#가루쌀#공정 간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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