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
구인두암, 30~50대 증가세 두드러져
HPV 동반 여부 따라 치료법 달라져
삼킬 때 통증 느껴지면 병원 찾아야
최모 씨(49)는 2015년 10월경 목에 이상이 생겨 음식을 삼키기 힘들었다. 목 양쪽에는 큰 혹이 만져졌다. 그는 ‘건강에 이상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황급히 병원을 찾아 정밀 검진을 받았다.
최 씨는 주치의 임주한 인하대 교수(혈액종양내과, 암통합지원센터장)로부터 “음식물을 삼키는 길인 구인두에 10cm가량 암이 퍼져 있었다”는 검진 결과를 듣고 낙담했다.
인하대병원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와 관련된 구인두암 4기로 최종 진단했다. 구인두에 종양이 생겨 삼킬 때마다 불편함을 느꼈다는 것이었다. 목 양쪽에 느껴졌던 혹은 암이 림프샘(임파선)을 침범한 거라고 했다.
임 교수는 최 씨를 위해 여러 진료과가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항암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시행했다. 항암·방사선 병용 치료는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치료 1년이 지난 시점에 림프샘 일부에만 암이 남아 있을 정도로 효과를 봤다. 이후 최 씨는 주기적 추적 관찰을 이어가며 6년째 정상적 삶을 살고 있다.
임 교수는 “HPV 연관 구인두암은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에 반응이 좋은 편”이라며 “환자의 상황에 따라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수술 없이 이 치료법을 선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두경부암(뇌와 안구를 제외하고 얼굴 코 목 입안 후두 인두 침샘 및 갑상샘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은 발생 위치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암으로 나뉜다. 그중 최 씨 경우처럼 음식을 삼키는 길에 암이 발생하는 구인두암은 여성의 자궁경부암과 더불어 HPV와의 연관성이 높은 암 중 하나다.
그동안 HPV는 여성에게 발생하는 자궁경부암의 중요한 원인 인자로만 알려져 있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HPV로 인한 두경부암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해외의 경우 HPV가 일으키는 암의 40%가 여성이 아닌 남성에게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구인두암은 서양과 한국에서 모두 증가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젊은 30∼50대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HPV 동반 여부에 따라 구인두암의 치료 방법 선택과 치료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연관성 검사가 중요하다. 암 조직검사에서 추가 면역조직화학적 검사나 유전자증폭 검사를 통해 연관성을 진단할 수 있다. 통증이 없더라도 목에 혹이 만져지거나, 삼킬 때 통증이 느껴지고 편도염 증상이 오랜 기간 지속될 때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 내시경을 포함한 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임 교수는 “일반적으로 HPV 연관 구인두암 환자의 경우 다른 원인에 의한 구인두암 환자보다 5년 정도 젊은데 치유를 위해선 음주, 흡연 등을 피하는 생활습관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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