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익기금 조성으로 한 사람이라도 고통 덜길 바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3일 03시 00분


밀알복지재단
100억 원 조성 캠페인 진행
복지 서비스, 입법 운동 추진 등 장애인 권익 향상 위해 사용
형태-금액 제한 없이 기부 가능

2013년 아프리카 말라위를 방문한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보다 고통을 줄이는 것이 정의라고 강조해온 그는 최근 ‘장애인권익기금’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2013년 아프리카 말라위를 방문한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보다 고통을 줄이는 것이 정의라고 강조해온 그는 최근 ‘장애인권익기금’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2023년 설립 30주년을 맞는 밀알복지재단(이하 재단)이 장애인권익기금 100억 원 조성 캠페인을 통해 더 큰 사랑을 시작한다.

이 재단은 기금을 통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책과 제도를 바꾸는 입법 운동, 인식 개선을 위한 옹호 활동 등을 추진한다. 장애인권익기금은 재단 초대 이사장인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됐고, 올해 4월 손 교수도 13억 원 상당의 재산을 기부했다.

“환경운동에 참여한 1970년대부터 에너지를 절약하고 소비를 줄이는 일을 실천했다. 여름엔 덥게, 겨울엔 춥게 살았고 이발도 50년 넘게 아내가 맡았다. 그렇게 살면서 모은 돈을, 어떻게 하면 가장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고민했다.”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보다 고통을 줄이는 것이 정의라는 게 손 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가장 큰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고통을 줄이는 일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아프리카 말라위에 2000만 원을 기부했던 경험에 대한 그의 말이다. “제 이름을 딴 큰 건물이 생겼고 그 안에 장애인 주간보호시설과 직업재활시설이 들어서는 등 30개가 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손 교수는 이 재단의 사상적 배경을 만들어 준 스승으로 꼽힌다. 정형석 재단 상임대표, 재단의 전신인 한국밀알선교단의 설립자 이재서 총신대 총장과는 스승과 제자로 만났다. 제자들은 그의 철학 강의를 들으며 약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독교의 사회 참여와 역할에 대해 배웠고 이는 재단의 토대가 됐다. 작은 씨앗으로 시작했던 이 재단은 국내 60여 개 사업장, 해외 11개국 13개 사업장을 운영하는 울창한 숲을 이뤘다.

손 교수는 비영리단체에는 생명처럼 중요한 투명성과 진정성이 재단의 최우선 준칙이 되도록 솔선수범했다. ‘유산 남기지 않기 운동’을 통해 청렴한 삶을 실천하는 그의 모습에 감동한 이들이 재단에 기부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1993년 재단 설립에 필요한 1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내놓은 두 기부자 또한 ‘장애인을 향한 헌신과 봉사가 하나님이 원하시는 성경적 사랑의 실천’이라는 손 교수의 말에 마음이 움직여 거액의 재산을 스스럼없이 내놓았다.

“예수 믿는 사람은 조용하게 있는 게 더 명예롭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장애인 한 사람이라도 고통을 덜 받는 것이다. 그래서 조용히 있는 게 나의 입장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태도가 아닌가 싶어서 ‘그래, 선한 사업이 활성화 되도록 유산기부 소문 많이 내자’ 그런 결론을 내렸다.”(손 교수)

장애인권익기금은 장애인 권익 향상이라는 선한 뜻을 가진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 형태와 금액 제한도 없다. 소액부터 고액까지 부동산 현금 예금 주식 연금 보험 등도 기부할 수 있다. 고액이나 유산 기부 시 소요되는 복잡한 법률 세무 공증 신탁 등의 문제는 재단과 연계된 전문가들이 해결한다. 고독사를 걱정하는 1인 가구 유산 기부자들을 위한 유품 정리, 장례, 후견, 시니어주거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10억 원 이상 고액 후원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사업을 설계해 영구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복지#사회공헌#밀알복지재단#100억 원#장애인권익기금 조성 캠페인#유산 남기지 않기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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