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내놓은 4가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 기준을 두고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 ‘비과학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때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기조로 ‘과학 방역’을 내세운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발표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지표는 △신규 확진자 2주 연속 감소 △위중증·사망자 발생 감소 △중환자 병상 가동률 안정화 △고령층 개량백신 접종률 50%(감염취약시설은 60%) 이상 등 4가지다. 이 중 2개 이상 기준이 충족되면 의료기관, 대중교통 등을 제외한 저위험 실내 시설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완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확진자나 중환자 등이 얼마나 줄어야 해당 기준을 충족시키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신규 확진자는 2주 연속 줄어들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기준을 충족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중순부터 소폭 줄어들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바 있다. 정부 지침대로라면 그런 위험성에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규 확진자 하루 3만 명, 중환자 300명 이하’ 등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끼워 맞추기식의 지표를 내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4대 지표 중 하나로 들어간 것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전체 중환자 병상 중 이용 가능한 병상, 즉 빈 병상이 50% 이상이면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기준에 부합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4일 기준 코로나19 위중증 병상의 63%가 이미 비어 있다. 4가지 조건 중 한 가지는 이미 달성했다는 얘기다. 앞으로 남은 3가지 중 하나만 추가 달성한다면 바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가 가능해진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방역 완화 논의를 이끌어야 하는데, 정치권에서 이슈를 먼저 던지고 추진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25일 0시 기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59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루 전 534명보다 58명 늘어난 것으로 8월 29일 597명 이후 약 4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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