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마스크 해제 기준인 ‘확진 감소’, 숫자 지표 없어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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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씩 2주 연속 줄어도 충족한 셈
‘중환자 병상 50% 여유’도 문제


정부가 23일 발표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의견이 의료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된 ‘1월 실내 마스크 해제’를 위해 방역당국이 일부 불명확한 기준을 내놓으면서 자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앞서 실내 마스크 해제의 선제 조건으로 △신규 확진자 2주 연속 감소 △위중증 환자·사망자 발생 감소 △이용 가능한 중환자 병상 50% 이상 △고령층 개량백신 접종률 50% 이상(감염 취약시설은 60% 이상) 등 4가지를 꼽았다. 이 중 2가지 이상이 충족되면 의료기관, 대중교통 등을 제외한 저위험 실내 시설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 기준만으로는 이번 코로나19 겨울(7차) 재유행이 진정되었다는 걸 보여 주기에 미흡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신규 확진자가 2주 연속 줄면 실내 마스크 해제 기준이 충족되지만 몇 명이나 줄어야 하는지 기준이 없다. 설령 국내 일평균 신규 확진자가 일주일에 1명씩 2주 연속 줄어도 기준을 충족하는 셈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규 확진자 하루 3만 명 이하, 중환자 300명 이하’ 등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용 가능한 중환자 병상 50% 이상’이 4가지 지표 중 하나가 된 것도 논란거리 중 하나다. 24일 기준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37%에 그쳤다. 국내에선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절정이던 3, 4월 이후 중환자실 가동률이 50%를 넘은 적이 거의 없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미 달성된 것이나 다름없는 지표를 넣은 것은 마스크 의무 해제를 쉽게 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방역 완화 논의를 이끌어야 하는데, 정치권에서 이슈를 먼저 던지고 추진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실내 마스크 해제를 위한 4가지 지표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참고치”라며 “2개 기준을 충족하면 검토의 장이 시작된다는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는 점도 향후 실내 마스크 해제의 ‘복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0시 기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592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만에 58명이 늘어 8월 29일 597명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겨울 재유행에 접어들면서 300명대를 유지하던 위중증 환자 수가 600명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은 것이다.

한편 오미크론 변이의 하위 계통인 BA.4와 BA.5에 특화된 모더나 개량백신은 26일부터 국내에서 접종받을 수 있다. 이로써 동절기 백신 접종에 활용되는 개량백신은 3종에서 4종으로 늘어나게 된다.

#실내마스크 해제 기준#확진 감소#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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