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측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검찰 조사에서 ‘박 전 원장이 1차 관계장관회의 직후 돌아와 첩보 삭제를 지시했다’는 노은채 전 국정원 비서실장 진술을 “회의 직후 공관에 간 사실이 없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원장은 14일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첩보 삭제를 지시했다는 노 전 실장 진술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박 전 원장은 서해상에서 고(故) 이대준씨가 피격·소각됐다는 첩보가 들어온 직후 열린 2020년 9월23일 새벽 1시 1차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보안 유지’ 지시를 받고, 국정원에서 이 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 등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박 전 원장이 ‘표류 국민 사건은 중대하고 민감한 사안이니 보안을 유지하고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노 전 실장 진술도 확보했다. 노 전 실장은 1차 조사에서는 관련 내용을 말하지 않다가 2차 조사에서 이같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원장 측은 검찰 조사에서 이런 노 전 실장 진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전 원장 지시를 받았다는 시간·장소에서 노 전 실장을 만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노 전 실장은 1차 관계장관회의 직후인 새벽 3시께 국정원 공관에서 박 전 원장 지시를 들었다고 했는데, 박 전 원장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국정원으로 간 게 아니라서 새벽 3시께에는 공관에 있지 않았다고 한다.
지시 자체가 없었다는 박 전 원장 측은, 당시 상황과 노 전 실장 진술이 배치되는 점을 토대로 노 전 실장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검찰은 노 전 실장 진술대로 첩보 삭제 지시가 있었고, 같은 날 오전 11시37분까지 국정원에서 실제로 첩보 보고서 등의 삭제가 이뤄졌다고 본다.
검찰은 국정원 전 국장 A씨가 2020년 9월23일 오전 11시18분께 노 전 실장에게 ‘원장님 지시 사항을 완료했다’는 내용으로 보낸 메일과 이에 대해 노 전 실장이 오전 11시19분께 회신한 메일도 확보했다.
검찰은 아직 기소되지 않은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박 전 원장에 대한 기소 여부 등을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9일 서 전 실장을 기소하면서 첩보 삭제 부분을 제외한 검찰이, 관련 혐의로 묶인 이들 3명을 동시에 처분할 가능성도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