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빈집이 신축 원룸으로… 청년들 “옥탑방-지하실 탈출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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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SH공사 ‘초행지붕’ 프로젝트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낡은 빈집(왼쪽 사진)을 매입해 2020년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오른쪽 사진)으로 탈바꿈시켰다. 임대주택은 빈집이 재탄생한 걸 기념하기 위해 벽면 일부에 옛 붉은 벽돌을 활용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SH공사 제공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낡은 빈집(왼쪽 사진)을 매입해 2020년 청년들을 위한 임대주택(오른쪽 사진)으로 탈바꿈시켰다. 임대주택은 빈집이 재탄생한 걸 기념하기 위해 벽면 일부에 옛 붉은 벽돌을 활용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SH공사 제공
“갖고 있는 돈으로는 낡은 옥탑방이나 지하실밖에 들어갈 수 없었어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박주영 씨(22)는 2년 전 주거 문제로 많은 고민을 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학교까지 매일 왕복 3시간씩 통학하는 게 힘들어 자취를 알아봤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지금 박 씨는 서울 성북구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도보로 7분밖에 걸리지 않는 신축 건물 6층 원룸에서 살고 있다. 통학에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데, 거주 비용은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11만 원으로 시세보다 20∼30% 이상 저렴하다.
○ 빈집이 청년 주거 부담 줄이는 새집으로
박 씨가 사는 곳은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함께 지은 ‘초행지붕’(행복주택)이다. 서울시와 SH공사가 청년, 신혼부부 등을 위해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인데, 오랫동안 방치돼 비어 있던 집을 공사가 매입한 뒤 새 건물로 지어 공급한다.

‘초행지붕’이란 명칭에는 사회 초년생의 ‘지붕’이 되겠다는 의미가 담겼는데, 입주자들은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박 씨는 “예전에는 집이 멀어 막차를 타기 위해 학교에서 일찍 나와야 했다. 이사하면서 하루 3시간이던 통학시간이 3분의 1로 줄었고 도서관에서 공부에 전념할 시간이 늘었다”고 말했다. 강북구 미아동의 초행지붕에 거주하는 직장인 심모 씨(32)는 “주변에 비해 월세가 20만∼30만 원 저렴해 입주 후 남는 돈으로 적금을 들었다”고 말했다.

입주자들은 저렴한 가격 외에도 건물의 외관과 내부가 깔끔한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동아일보 기자가 15일 방문한 강북구와 성북구의 초행지붕 3곳은 설명 없이도 찾을 수 있었다. 오래된 다가구주택 가운데 지어진 지 2년밖에 안 된 새 건물인 데다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세련됐기 때문이다. 미아동에 위치한 초행지붕(행복주택 5호)은 깔끔한 디자인의 하얀 건물인데, 외벽 한편은 옛 주택에 사용되던 붉은 벽돌로 꾸며져 있었다. 빈집이 재탄생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공사 관계자는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초행지붕의 디자인 수준을 높였다”며 “그 결과 지난해에는 5호를 포함해 미아동의 초행지붕 2곳이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최우수상과 특별상을 수상했다”고 설명했다.
○ 빈집이 임대주택, 주차장, 공원으로 재탄생
서울시에 따르면 올 1월 기준으로 서울의 빈집은 총 3911채에 달한다. 빈집이 ‘우범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공사는 2018년부터 ‘빈집 활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초행지붕 공급도 빈집 활용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다만 도로 폭이 너무 좁거나 공간이 협소해 주택을 짓기 어려운 곳에는 주차장, 정원, 복지시설 등 생활편의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SH공사가 보유한 빈집 부지와 맞닿은 민간 소유 부지를 합쳐 통합 정비하는 경우도 있다. 올 1월 기준으로 SH공사는 서울 전체 빈집 340채(8.7%)와 연접지 61채를 사들였다. 이 중 350채를 이미 재단장했거나 재단장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까지 빈집을 총 500채 매입해 임대주택 1500채와 주민편의시설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라며 “도시 안전성을 확보하고 주거난을 해소할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 및 지역공동체 활성화 등 일석사조의 효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sh공사#초행지붕#행복주택#공공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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