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은 짧게, 퇴원후 방문진료-재활서비스… 日 ‘집으로 돌아가자’ 실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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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日 ‘집으로 돌아가자’ 요양병원의 실험
로비를 카페로… 집에 가고 싶게 꾸며
노인 의료비, 기존 체계로 감당 못해

일본 도쿄 이타바시구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의 1층 로비 모습. 이 병원 1층의 상당 부분(오른쪽)은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카페로 꾸며져 있다. 도쿄=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일본 도쿄 이타바시구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의 1층 로비 모습. 이 병원 1층의 상당 부분(오른쪽)은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카페로 꾸며져 있다. 도쿄=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병원 맞아?”

일본 도쿄 이타바시구에 위치한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 1층에 들어서자 생경한 풍경이 펼쳐졌다. 1층 로비의 절반가량이 시원한 통유리로 된 카페로 꾸며져 있었다. 환자가 아닌 지역 주민에게도 개방된 카페라고 했다. 1층 한쪽에 자리한 재활치료 공간에선 환자들이 카페를 바라보며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주민들을 바라보며 치료를 받다 보면 빨리 집에 가고 싶은 기분이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19일 방문한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은 이름 그대로 급성기 병원(대학병원)에서 퇴원했지만 조금 더 재활과 돌봄이 필요한 환자들을 최대한 빨리 회복시키는 것이 목표인 곳이다. 이 병원은 고령사회의 노인 환자를 위한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일본 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요양병원 또는 재활병원에 해당되는 곳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환자들은 평균 3주 정도만 병원에 머문다. 병원들이 환자를 오래 머무르도록 유도하고, 장기 입원이 만연한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퇴원 후에도 방문진료(왕진), 방문간호, 방문재활, 방문치과 등 지역 포괄 케어를 제공한다. 방문진료만 하는 전담팀이 구성돼 있을 정도다.

집같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색다른 시도도 적지 않다. 병원 하면 떠오르는 흰색 벽지와 기구들은 배제했다. 가정집과 흡사한 가구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다만 TV를 이용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환자들이 퇴원하고 싶게 만드는 장치다.

의사, 간호사 등 이 병원 직원들은 같은 색깔의 옷을 입는다. 겉으로만 봐서는 누가 의사고 간호사인지 알기 어렵다. 외래 진료실을 제외하곤 의사나 간호사 개인이 사용하는 별도의 방도 없다. 의료진은 병원 곳곳에 마련된 공용 공간 자유석에서 일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첨단 정보기술(IT) 기업의 사옥과 닮은 분위기다.

이날 진행된 환자 회의에선 간호사들이 논의를 주도했다. 미즈노 신타(水野愼大) 병원장은 “환자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회의를 주도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며 “환자들에게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하기 위한 실험”이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의 실험에는 노인 인구가 전체의 29%에 달하는 초고령사회 일본의 고민이 담겨 있다. 늘어나는 노인 의료비와 요양 수요를 기존 의료체계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2000년 개호보험(한국의 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하고 고령 의료에 대한 파이를 키우면서 3만4000여 곳의 업체들이 다양한 재택치료, 요양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집으로 돌아가자 병원’과 같은 혁신적 병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면 고령화율이 17%에 달하는 한국은 재활, 돌봄, 재택의료 등에 대한 서비스가 미진하다. 영세한 민간업체가 많아 의료 질이 떨어지고, 재택방문 진료는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날 동행한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존엄한 노년을 위해 재택의료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선제 대응해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초고령사회#집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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