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을 추행한 2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가해자와 피해자 성별 차이를 의미 있는 양형 요소로 두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28일 대전고법 제3형사부는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A 씨(22)의 항소심에서 원심인 벌금 500만원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4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A 씨는 2020년 10월 31일 오전 9시 18분경 대전 서구 갈마동 자신의 거주지에서 피해자 B 씨(26·여)와 함께 집에 들어서자마자 B 씨의 외투를 벗기고 입맞춤을 시도하며 신체 여러 부위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B 씨는 강한 거부 의사를 나타내며 도망가려 했지만 A 씨가 B 씨의 머리채를 잡고 “내가 언니 좋아하는데 왜 못 알아줘요?”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B 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A 씨는 휴대전화를 뺏어 던졌고 다른 지인이 들어와 말리자 잡고 있던 B 씨의 머리채를 잡아당겨 상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B 씨는 결국 전치 약 2주의 상해 진단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강제 추행해 죄책이 가볍지 않고 범행으로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당한 피해자가 느꼈을 성적 불쾌감 내지 굴욕감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 벌금 500만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40시간을 판결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 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A 씨는 감정이 격해져 몸싸움을 했고 추행한 사실이 없으며 B 씨가 당시 술을 마셨기 때문에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진술했다.
반면 검찰은 A 씨가 B 씨를 강제로 추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폭행을 저질러 상해가 발생, 강제추행이 아닌 강제추행치상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B 씨의 신빙성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으며 경험 없이 허위로 진술하기 힘든 부분도 있어 공소사실에 합리적 의심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 판사는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피해자에게 호감이 있어 추행하다 저항해 벗어나려는 피해자의 머리채를 잡고 침대로 끌고 가는 과정에서 상해를 입혀 매우 죄질이 나쁘다”라며 “가해자가 동성인 경우가 많지 않아 이럴 경우 이성과 동성 등 양자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법적, 학문적 논거를 찾기 어렵고 이성과 동성 차이를 의미 있는 양형 요소로 두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며 피해자가 동성 혐오 때문에 기억이 왜곡됐다고 주장하며 사과하지 않고 있다”라며 “피해자는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비난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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