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 아파트에서 전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잇따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30대 남성 A 씨가 택시기사 살해 뒤 주점에서 고가의 양주를 마시는 등 기사의 신용카드를 쓰며 흥청망청 지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올 8월 초 “생활비 문제로 다투다 (당시 동거하던 50대 여성 B 씨를)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B 씨 살해 후 시신을 차량용 루프백(차량 지붕에 짐을 싣는 용도로 설치하는 장비)에 담아 인근 공릉천변에 유기했다고 했다. 살해 도구는 “버렸다”고만 밝혔다.
이 아파트 관계자는 “8월경 A 씨가 살던 집 주변 주민들이 ‘부부싸움을 하는 것 같은데 시끄럽다’는 민원을 자주 제기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A 씨는 B 씨를 살해한 후에도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한 동네 주민은 “B 씨가 보이지 않아 A 씨에게 묻자 ‘장모님이 치매라 간병하느라 아내가 정신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B 씨 살해 전부터 계속 직업이 없는 상태였다. 한 주민은 “A 씨가 사업을 한다고 들었다”고 했고, 다른 주민은 “자전거 매장을 여러 개 한다고 들었다”고 했지만 모두 A 씨의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B 씨 살해 후 B 씨의 신용카드로 2000만 원가량을 썼다. 경찰은 B 씨 계좌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사용 내역을 수사하고 있다.
A 씨는 경찰조사에서 “올 4월경부터 B 씨와 동거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한 아파트 주민은 “두 사람이 큰 진돗개를 데리고 산책을 다니곤 했는데, A 씨가 B 씨를 죽였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달 20일 음주운전 상태에서 사고를 낸 후 ‘합의금을 주겠다’며 택시기사를 유인해 살해한 A 씨는 이후 기사의 신용카드로 주점에서 80만~100만 원에 이르는 양주를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A 씨가 택시기사의 휴대전화와 신분증, 신용카드 등을 챙겨 대출을 받고 물건을 사며 5000만 원가량을 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날 A 씨가 살던 B 씨의 아파트 앞에는 A 씨 앞으로 50만 원 정도에 팔리는 여성용 드레스가 배달돼 있었다.
경찰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A 씨가 유기한 B 씨의 시신을 찾기 위해 공릉천변을 수색했다. 다만 ‘수색 장소 인근에 유실된 지뢰가 있을 수 있다’는 군의 통보에 따라 도보 수색을 중지하고 드론 등을 활용한 수색을 이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B 씨와 택시기사 외에 추가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과학수사대를 보내 A 씨 집과 차량 등에서 확보한 혈흔과 머리카락 등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날 살인 및 사체은닉,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29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A 씨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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