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탁·돈을 받는 현장이 담긴 녹음 파일의 존재를 직접 알렸다.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국회에서 부결됐지만, 해당 파일은 앞으로의 수사, 나아가 재판 과정에서 주요 증거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8일 본회의에서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재석의원 271명 중 반대 161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찬성표는 101명이 던졌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요건이다.
체포동의안 부결로 노 의원 구속영장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없이 기각됐다.
국회 본회의 전 한 장관은 노 의원 체포 동의를 호소하며 ‘확실한 증거와 혐의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확실한 증거로 구체적인 녹음파일의 존재까지 제시했다.
한 장관에 따르면 검찰은 노 의원이 청탁과 함께 돈을 받는 현장이 녹음된 파일을 확보했다. 녹음파일에는 노 의원이 ‘저번에 줬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잘 쓰고 있다’라고 말하는 내용과 돈 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귀하게 쓰겠다. 고맙다. 공감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노 의원이 보낸 문자메시지나 ‘저번에 도와줘서 잘 저걸 했는데, 또 도와주나’ 등의 녹음파일, 청탁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노 의원의 문자메시지, 청탁받은 내용이 담긴 노 의원 자필 메모와 의원실 보좌진의 업무수첩, 청탁을 이행하기 위해 공공기관에 국회 의정시스템을 이용해 청탁 내용을 질의하고 회신받은 내역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장관은 이런 내용을 공개하며 “지난 20여년간 중요한 부정부패 수사 다수를 직접 담당했지만, 부정한 돈을 주고받는 현장이 이렇게 생생하게 녹음되어 있는 사건을 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녹음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따져봐야겠지만, ‘특수통’ 출신인 한 장관이 자신 있게 공개한 만큼 향후 노 의원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핵심 증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이미 노 의원 대면 조사와 여러 차례의 압수수색을 진행한 만큼 조만간 노 의원을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체포동의안 부결로 ‘방탄국회’ 등 비난이 예상되는 만큼, 이런 여론에 힘입어 검찰이 노 의원을 연내에 기소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노 의원은 해당 파일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도 나오지 않았고,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재판 과정에서는 해당 녹음 파일의 신빙성 등이 ‘최대 승부처’가 될 수 있다.
노 의원은 2020년 2월부터 12월까지 각종 사업 도움과 공무원의 인허가 및 인사 알선, 선거 비용 명목 등으로 사업가 박모씨 아내를 통해 5회에 걸쳐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2020년 2월25일 박씨 아내 조모씨로부터 박씨 운영 발전소 납품 사업 관련 부탁을 받고 21대 국회의원 선거비용 명목으로 현금 2000만원 ▲같은 해 3월15일 조씨를 통해 박씨가 추진하는 용인 물류단지 개발사업 실수요검증 절차 관련 청탁을 받고 1000만원 ▲같은 해 7월2일 한국철도공사 보유 폐선부지 빌려 태양광 전기를 생산·판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또 ▲같은 해 11월22일 지방국세청장의 보직인사에 관한 청탁과 함께 현금 1000만원 ▲한국동서발전 임원 승진인사에 관한 청탁과 함께 현금 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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