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서해피살 첩보 삭제 국방부 5600건, 국정원 50건…굉장히 이례적”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2022.12.26/뉴스1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피격·소각 관련 첩보나 보고서가 국방부에서 5600여건, 국정원에서 50여건 삭제됐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29일 국방부와 국정원에서 이같은 규모의 삭제가 있었다며 “굉장히 이례적인 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면서도 삭제됐다는 첩보나 보고서가 일부 중복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이날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하면서 박지원 전 국정원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첩보·보고서 삭제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박 전 원장과 노 전 실장을 국가정보원법위반·공용전자기록등손상 등 혐의로, 서 전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용전자기록등손상·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 전 원장과 노 전 실장은 이씨가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23일 새벽 1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이후 국정원 직원들에게 이씨의 피격·소각 등과 관련된 첩보 및 보고서를 삭제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서 전 장관도 같은 날 직원들에게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보안 유지’ 지시를 이행하게 하고 이씨의 피격·소각 관련 첩보 등을 삭제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은 아직 추가 기소를 하지 않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관계장관회의에서 박 전 원장과 서 전 장관에게 피격 관련 첩보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9일 이씨 피살 사실을 고의 은폐하고 왜곡 발표를 지시한 혐의로 서 전 실장을 구속기소했으나 첩보삭제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