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고(故)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은 배제하고 ‘실족’으로 결론 내린 것은 크게 3가지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관계기관이 이런 정황을 인지하고도 ‘월북’으로 몰아간 것은 구조 실패에 대한 국민적 비난과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결정이란 분석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문재인 정부의 ‘월북몰이’ 규명을 중점에 두고 서해 피격 사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규명해야 하는 실체는 해수부 공무원의 실족 또는 극단선택 여부가 아니다”며 “당시 국가기관이 공무원이 자진월북했다는 취지로 발표한 것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시스템에 부합하는지 또는 위반하는 것인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 ‘실족’ 판단 근거 3가지…구명조끼 미착용·표류 예측 결과·끈끈한 가족관계
검찰은 우선 그간 확보한 증거와 증언을 바탕으로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했다. 서해 피격 사건 당시 해경이 이씨가 월북했다고 발표한 근거는 △인위적 노력 없이 발견 위치까지 표류하기 어렵다는 점 △이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점 △북측에 월북의사 표명 정황 △표류예측 분석 결과 등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씨가 최초 표류했을 당시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씨가 북한군에 발견됐을 당시 착용했던 조끼는 무궁화10호(이씨가 탑승했던 선박)에 없었고, 이씨가 개인적으로 다른 구명조끼를 휴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씨가 해상에 떠다니는 구명조끼를 착용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해경 등 관계기관이 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구명조끼 2개 중 하나는 이씨가 착용하고 있던 구명조끼와 중요한 특징이 같았다고 한다.
검찰은 해경 의뢰로 표류 예측을 조사한 기관 4곳 중 2곳이 인위적 노력 없이도 북한 해역으로 표류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도 확인했다.
이씨가 가족들과 유대관계가 끈끈했던 점, 안정된 공무원 신분이었던 점, 평소 북한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고 판단할 정황이 없던 점 등도 고려됐다.
검찰은 사건 당시 국가정보원이 이런 자료와 근거 등으로 이씨가 자진 월북 여부가 불명확하다고 분석해서 보고한 사실도 파악했다.
◇구조 실패 책임 회피·남북관계 고려 ‘월북몰이’ 판단
검찰은 이런 객관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청와대가 구조 실패에 따른 국민 비난과 종전 선언 등 정책 및 남북관계 악재를 예상해 ‘월북 몰이’를 자행했다고 의심한다.
해경이 이씨 실종신고를 접수한 시각은 2020년 9월21일 낮 12시이며, 북한 해역에서 실종된 이씨가 발견된 정황을 입수한 시각은 이튿날인 9월22일 오후 3시30분이다. 북한군은 같은 날 오후 9시40분 해상에서 이씨를 사살·소각했다.
여러 관계기관이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사실을 인지했는데도 적절한 구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씨가 사망에 이른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고, 이 사실이 드러나자 정부의 책임을 ‘월북 몰이’를 통해 개인에게 넘기려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관계장관 회의에서 관계부처에 내려보낸 ‘보안 유지’ 지침을 사실상 피격 은폐 지시로 규정했다.
검찰은 앞서 피격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합동참모본부 관계자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보안을 유지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월북 몰이’를 위해 국방부와 해경이 보고서 등을 작성하도록 하고 국가안보실도 허위 자료를 관련 부처에 배부하도록 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로 서훈 전 실장을 구속기소했다.
서 전 실장이 관계장관회의에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게 첩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도 수사를 더 진행한 뒤 기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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