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신도시 은신 아파트 덮치자
잠옷 차림 혼자있던 金, 격렬 저항
밀항 시도 안한듯… 구치소 재수감
檢, 아파트 소유자-물품 조사 예정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달아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8·사진)이 도주 48일 만에 검찰에 붙잡혔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는 29일 오후 3시 57분경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 9층에 은신해 있던 김 전 회장을 검거해 서울 남부구치소에 재수감했다. 김 전 회장은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4500여 명에게 1조6000억 원대 피해를 입힌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로 알려져 있다.
○ 볼펜 건네자 베란다서 뛰어내리려 시도
김 전 회장이 동탄신도시의 아파트에 은신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이날 소방의 지원을 받아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검거에 들어갔다. 검사가 김 전 회장에게 “체포 확인서에 사인을 하라”고 볼펜을 건네자 김 전 회장은 아파트 베란다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붙잡혔다. 김 전 회장은 검거 당시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욕설을 하는 등 강하게 저항했다고 한다. 검거 당시 김 전 회장은 혼자였고, 겨울용 수면바지 등 편한 일상복 차림이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베란다를 뛰어넘으려 한 게) 탈출하려 했던 것인지,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며 “본인도 잡힌 게 분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선 “(구치소) 입감 절차에서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머물던 아파트의 소유자와 집에 있던 물품 등에 대해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현장에서 현금 다발 등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과 스타모빌리티 자금 수백억 원을 빼돌리고 정치권과 검찰 등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7월 법원이 보증금 3억 원과 손목시계형 위치추적장치를 차는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 “밀항은 시도 않은 듯”
검찰은 올 10월 김 전 회장이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법원에 보석 취소를 청구했다. 김 전 회장 변호인단이 결심 공판을 앞두고 집단 사임하자 김 전 회장의 도주가 임박한 상황으로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은 2019년 12월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국내에서 도주했다가 5개월 만에 체포된 전력이 있다. 김 전 회장이 사건 배후로 지목한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49·수배 중) 역시 2019년 말 해외로 나가 지금까지 도피 중이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은 결정을 미뤘고, 김 전 회장이 올 11월 11일 오후 결심 공판 직전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부근에서 위치추적장치를 끊고 도주한 뒤에야 보석을 취소했다.
김 전 회장이 도주하자 검찰은 경찰의 협조를 받아 전국에 지명수배를 내린 뒤 대대적인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 서울남부지검을 중심으로 23명 규모의 검거 전담팀을 구성하고, 50회 이상의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또 100명 이상의 통신 내역을 분석하며 도주 경로에 있는 폐쇄회로(CC)TV를 일일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은신처 후보군을 좁혀간 끝에 48일 만에 김 전 회장을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조카와 측근 등 3명을 구속 기소했고, 미국에 살며 김 전 회장을 도운 친누나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의뢰했다.
김 전 회장은 도주 기간에 밀항을 시도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에 따르면 당국이 파악한 김 전 회장의 동선에는 국내 항만 인근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김 전 회장 횡령 사건에 대한 공판 기일은 내년 1월 12일”이라며 “검거 직후 지정된 건 아니고 종전에 기일변경으로 이미 지정돼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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