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 보조금 유용 천태만상
부당 수령 발각된 대표들 수감
숙박비 지원금으로 태블릿 구매도
“내년 부처별 전면 자체감사 실시”
‘없는 직원 만들어내고, 유령 학생 등록하고, 서류 위조하고….’
비영리 민간단체가 전국 곳곳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빼돌려 온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문제가 된 단체들은 다양한 수법으로 지원금 수천만∼수억 원을 빼돌렸고, 일부 단체는 보조금 부당 수령으로 대표가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정부는 소송 등을 통해 보조금 환수를 진행하고 있다.
○ 교실엔 없는 학생 수업비 보조금 빼돌려
대통령실 발표와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보조금 지급이 대부분 서류상 증명으로 끝나는 점을 노리고 참여 인원을 부풀려 인건비나 지원비를 빼돌린 단체가 적지 않았다.
광주의 한 전통문화연구회는 2018∼2019년 공연에 출연하지 않은 단원 2명을 출연했다고 보고한 후 지역문화예술 지원금을 받았다. 이 단체는 출연진에게 지급한 돈을 대표 통장으로 되돌려 받는 수법 등도 활용해 총 6300만 원을 가로챘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비 500만 원은 6번에 나눠 돌려받았고, 나머지 국비 지원금은 환수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의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7곳 중 4곳은 학생을 허위로 등록하는 수법으로 보조금을 가로챈 사실이 부산시교육청의 2016∼2018년 정기지도점검에서 드러났다. A고교는 실제론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 10명을 재학생으로 등록해 연간 1700만 원에 달하는 수업비 보조금을 부당 수령했다. B고교는 인건비 지급 대상이 아닌 학교 설립자를 지원 대상자에 포함시켜 연 1000만 원의 보조금을 가로챘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정밀 점검 결과 여러 학교가 총 5200만 원을 부당하게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 서류 위조 들통나 수감되기도
서류를 거짓으로 꾸며 보조금을 타냈다가 대표가 수감된 단체도 여럿이다.
강원 춘천의 한 예술법인 대표 전모 씨는 2016년 11월 사회문화예술교육 지원 보조금을 신청하면서 인건비를 실제보다 과다하게 지급한 것처럼 꾸며 서류를 제출했다. 단체와 전혀 관련 없는 민간인을 직원인 것처럼 등록하고, 출근부를 허위로 작성하기도 했다. 전 씨가 이 같은 수법으로 빼돌린 보조금은 5억4800만 원에 이른다. 그는 보조금을 가로챈 사실이 드러나 2020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정부 보조금으로 청소년모바일 상담사업을 해온 ‘동서남북모바일커뮤니티’ 역시 근무하지 않은 상담원을 등록하는 수법으로 인건비를 부풀려 보조금을 받아냈다. 또 실제 한 적이 없는 청소년 상담 전산 시스템 유지보수 용역비 명목으로도 보조금을 받아냈다. 정부는 단체에 지급된 보조금 48억 원 중 8억9000만 원을 환수했고, 이 단체 대표는 올 6월 보조금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 국고보조금으로 개인 태블릿PC 구입
보조금을 이중으로 받거나 지원 목적과 다르게 쓴 단체도 적지 않다.
강원 강릉 청소년교향악단은 2019년 음악회 보조금을 시와 교육청으로부터 이중으로 받았다가 적발됐다. 강릉시는 보조금 약 1200만 원을 환수했다. 대한럭비협회는 2017년 지원받은 대회 숙박비로 태블릿PC를 구매했다가 적발됐다. 숙박비를 선결제했다가 나중에 취소하고 돌려받는 수법을 썼다고 한다. 운암김정숙선생기념사업회는 현충원 탐방 프로그램 운영 명목으로 2500만 원의 국비 보조금을 받은 후 이 돈으로 ‘친일파 파묘 퍼포먼스’를 했다가 보조금이 전액 회수됐다. 대통령실은 “내년 상반기까지 부처별 보조금 집행 현황에 대한 전면 자체감사를 실시하고, 부실한 관리체계를 개선해 예산 효율화와 투명성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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