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화재가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 나들목(IC) 인근 방음터널의 재질은 이미 화재에 취약하다고 수차례 경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방음터널 내 방재시설 설치는 의무화됐지만 방음판의 불연 성능 기준에 대한 지침은 없는 상태다.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방음터널은 전국 국도에 9개, 한국도로공사 관할 고속도로에 14개, 민자고속도로에 25개 등 총 48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소음 민원 등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방음터널은 늘고 있는 추세다.
방음터널에는 통상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과 폴리카보네이트(PC), 강화유리 등이 쓰인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방음터널은 PMMA가 쓰였다.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이 2018년 발간한 ‘고속도로 터널형 방음시설의 화재 안전 및 방재 대책 수립 연구’에 따르면 PMMA의 열분해 온도(300도 전후)가 이 세 가지 재질 중에서 가장 낮았다. 열분해란 고온으로 가열해 일어나는 화학물질 분해 반응으로 이는 PMMA가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도 불에 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방음터널에 불이 붙으면 터널 내부 온도가 480∼3400도까지 치솟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화재 시 PMMA 재질의 방음터널은 삽시간에 불쏘시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모의실험에서 화재로 방음판이 녹아 떨어져도 PMMA는 계속 불에 탔다. 불이 쉽게 붙고 빨리 녹는데, 녹아내려도 계속 타기 때문에 불덩이가 떨어져 내리는 셈이다.
한국도로공사는 2012년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PMMA가 PC에 비해 착화 시점이 약 400초 빠르고, 최대 열 방출률도 더 높다”며 “이는 피해를 키울 뿐만 아니라 (재질 자체가) 화재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