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뇌전증 병역비리’ 최소 70명 수사… 브로커, 軍 근무 경력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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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법조계 인사 자제 등 포함
허위 진단서로 병역 면제 의혹
“판도라 상자 열려” 수사팀 2배로

프로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 등 최소 70명 이상이 대거 연루된 병역비리 사건 브로커 주범 구모 씨(수감 중)가 공군 군무원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군에서 병역비리 수법을 접하거나 관련자와 인연을 쌓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구 씨는 불구속 수사 중인 브로커 김모 씨와 함께 병역비리를 저질렀는데 검찰은 병역비리 수사 검사와 수사관을 2배로 증원하며 이들의 배경과 수법 등을 파헤치고 있다.
○ ‘병역의 신’ 자칭하며 병역비리
3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1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구 씨는 2002년 입직해 6년 동안 해경에 근무하다 2008년 9월 스스로 사표를 내고 경장 계급으로 해경을 떠났다. 이후 2017년까지 공군에서 헌병대대 수사관(군무원) 등으로 일했다고 한다.

구 씨는 ‘병역의 신’으로 자칭하며 의뢰인 중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은 신체검사 결과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검찰이 불구속 수사 중인 김 씨는 구 씨의 행정사무소 부대표를 지내며 병역비리 수법을 익힌 후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해 홍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서초구 반포동 등에 공유사무실을 빌려 사용했고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 등으로 홍보하며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동아일보는 이들이 쓰던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해당 호실이 존재하지 않거나 불이 꺼져 있었다.
○ 검찰 “판도라의 상자 열렸다”
이들은 주로 허위 뇌전증(간질) 진단서를 발급받는 방식을 사용했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과도한 흥분상태가 되면서 발작하는 신경계 질환인데 20∼29세 남자의 뇌전증 유병률은 인구 1000명당 3.88명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과거처럼 신체 부위를 손상시키는 대신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질병과 의료기술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가 다수 포착된 것”이라며 “그동안 봉인돼 있던 판도라의 상자가 본격적으로 열렸다”고 했다.

수사팀은 구 씨 등이 뇌전증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병역을 면탈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많게는 1억 원을 챙긴 사례를 확인했다. OK금융그룹 배구단 소속 조재성 선수는 스스로 ‘병역비리 가담자’라며 혐의를 시인했으며, 프로축구 1부리그 주전선수 김모 씨도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23세 이하 대표팀에도 소속된 적 있는 프로축구 선수다.

최근 프로축구연맹은 전 구단에 자체 조사를 요청했으며 내년 1월 첫째 주까지 그 결과를 회신받기로 했다. 그 밖에도 연예인, 법조계 인사 자녀 등이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 검찰, 수사 인력 2배로 늘리기로
병역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수사 검사와 수사관을 2배로 늘리며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남부지검과 병무청은 이달 초 부장검사 1명과 검사 2명, 수사관 3명, 병무청 특별사법경찰 9명 등 17명 규모로 합동수사팀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병역비리 대상이 최소 70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자 수사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검찰청에서 직접 수사관을 파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뇌전증#병역비리#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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