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민심]공무원도 점심에 쉰다는데…‘세금’ ‘월급’ ‘연금’ 논쟁, 왜?[데이터톡]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일 11시 00분


동아일보 온라인 설문조사 ‘금요일엔 POLL+(www.donga.com/news/poll)’에는 매회 평균 3만 여 명이 참여하고 의견을 달며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데이터톡은 POLL+ 설문 결과와 포털 기사 댓글 분석을 통해 민심의 지표를 알아보는 ‘댓글민심’ 코너를 연재합니다.

이번 주 POLL+에서는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12~1시 휴무)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응답자 2만4322명 중 79%(1만9298명)가 “도입하면 안 된다”고 답했고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은 20%(4747명)에 그쳤습니다.

‘고수목마’ 독자는 “일반인들은 관공소에 볼 일 있을 때 점심시간대를 이용한다. 당연히 점심시간에도 공무원을 근무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 더욱 그렇다”며 민원인이 많이 찾는 시간대를 피해 식사를 하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반면 ‘Jim88’ 독자는 “공무원 점심시간은 다른 회사의 점심시간과 연계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 31년 전 독자의 편지에서 다룬 것
사실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 논쟁은 꽤나 해묵은 것입니다. 31년 전 동아일보에 도착한 독자 편지도 바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독자의 편지] 관청 점심시간 ‘휴무’, 교대근무 할 수 없나 (1991년8월25일)

건물 등기부 등본을 교부받을 일이 있어 점심시간에 틈을 내 등기소에 들렀다. 12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안내하는 사람 하나 없고 10분 쯤 기다리고 있으려니 등기소 안에서 식사를 하던 중인지 잠깐 나왔다 들어가는 사람이 있어 “지금 접수를 하면 안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지금은 점심시간이니 전화 뿐 아니라 그 어떤 업무도 볼 수 없다며 1시 이후에 다시 오라고 한다. 기다렸다 접수를 하고 거의 1시간 이상 지나서야 등본 1통을 교부받았다. 최소한 다른 직장이라면 몰라도 관공서만큼은, 그리고 거기서 일하는 공무원이라면 꼭 점심시간 1시간을 다 쓰느니 보다는 40분씩이라도 교대로 업무를 보아 민원인의 편의를 봐주면 어떨까.
박OO <서울銅雀구上道1동>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현재 많은 관공서들이 점심시간 교대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만 공무원 당사자의 생각은 다릅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12시 점심시간 휴무는 법으로 보장하는 노동자의 휴식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사측이 교대 근무, 순번제를 강요하며 사측의 의무를 노동자에게 떠넘겨 왔다”고 주장합니다. 전공노는 지난해 10월 ‘12시 멈춤! 공동행동’을 선언하며 12시 점심 휴무 쟁취를 다짐했습니다. 대구 구청장·군수협의회는 내년 4월부터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해 시범 운영하기로 했고요.

지난해 10월 전국 공무원노동조합은 ‘12시 멈춤 공동행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전국 공무원노동조합은 ‘12시 멈춤 공동행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 “교대근무 그렇게 어렵나”
포털 뉴스 댓글은 대부분 12시 점심시간 휴무제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댓글 다는 사람들의 직업 구성비만 생각해 봐도 이런 결과는 쉽게 추측할 수 있죠. 공무원보다는 비공무원이 훨씬 많을테니까요.

그래서 이번 분석에서는 민심이 어떤 이유를 들며 반대하는지 단어 간 연관성을 위주로 살펴봤습니다. 분석 대상은 전국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방송사 등 20개 언론사가 2021년 4월(광주시가 공무원 점심 휴무제 도입을 알린 시점)부터 2022년 12월27일 현재까지 공무원 점심 휴무제를 다룬 기사 36개와 댓글 713개입니다.
공무원 점심 휴무제를 다룬 기사의 댓글 713개를 대상으로 단어 간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공무원’과 ‘세금’, ‘월급’, ‘봉사’, ‘연금’ 등이 함께 자주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점심 휴무제를 다룬 기사의 댓글 713개를 대상으로 단어 간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공무원’과 ‘세금’, ‘월급’, ‘봉사’, ‘연금’ 등이 함께 자주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과 함께 쓰인 단어 중 빈도수 상위에 ‘세금’, ‘월급’, ‘봉사’, ‘연금’ 등의 단어가 올라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이 단어들이 어떻게 조합됐을지 추측되시나요?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 ‘국민에 봉사’, ‘공무원 연금’ 등을 떠올렸다면, 맞습니다. 대표적인 댓글은 아래와 같습니다.
gefo****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이렇게 일시에 문 닫고 쉬면서 국민들 불편하게 해야 되나? 은행처럼 돌아가면서 밥 먹으러 가도 1시간만 보장받으면 되는 거 아냐?

qoae**** 국민세금으로 먹고 사는 공무원들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이다. 교대로 하면 되는 것인데,

pure**** 점심시간 못 챙기는 불편함보다 그 이외 받고 있는 혜택을 생각해 보시길. 정시퇴근 못하시나요? 각종 휴가 못 쓰시나요? 언제 잘릴지 몰라 힘드시나요? 점심 다 함께 먹어야하는 생각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급기야 공무원 연금제를 손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sl11**** 이게 무슨 공무원이야. 일반 회사원이지. 왜 공무원 노후 보장하려고 일반 국민들의 세금으로 공무원 연금을 보존해줘야 하는 건지, 한번 물어나 봅시다.
● “교대근무해도 제대로 밥 먹을 수 없어”
빗발치는 비난 속에 12시 점심 휴무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힘을 얻기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몰아세우기만 하는 건 공무원의 근무 여건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근무 인력이 적거나, 직원 수에 비해 일이 많은 곳에서는 교대로 식사를 하더라도 1시간 휴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거죠.
jiki****밥 먹고 차 한 잔 마시지 못하고 계속 일해야 하는겨? 그리고 점심시간에 일을 시키려면 돈을 지급해. 아무리 공무원이라도 한 명의 생활인이야, 정부가 악덕기업 역할 하는겨?

ockh****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공무원도 인간이다.
점심시간 휴무제로 몸살을 앓는 관공서가 있다면 민원 공무원의 교대 식사제를 운영하되 점심 휴게 1시간 동안은 확실히 쉴 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없을까요?

Data Talk

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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