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 6만여 명(경찰 추산) 시민들의 힘찬 목소리와 함께 2023년 새해가 시작됐다. 보신각 타종 행사를 보러 모인 시민들은 일제히 휴대전화 손전등 기능을 이용해 머리 위로 불빛을 비추며 새해 인사를 나눴다.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서로 끌어안으며 덕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그간 열리지 않았던 타종 행사가 3년 만에 다시 진행됐다. 서울시는 전날 오후 11시 30분부터 이날 오전 1시 35분까지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2023년 계묘년 새해맞이 제야의 종 타종행사’를 열었다.
전날 오후 8시경부터 보신각 일대는 일찌감치 좋은 자리를 잡으러 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경찰은 오후 9시경부터 종각역 사거리 등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시민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시민들은 저마다 올 한해를 돌아보고 새해 소망을 빌었다.
경기 용인에서 온 남상헌 씨(64)는 “올해 있었던 가장 좋은 일은 손주가 태어난 일”이라며 “행사 끝난 뒤 서울에 있는 딸 집에 가서 손주를 보려고 한다”며 웃었다. 윤순이 씨(56)는 “올해는 형님 건강이 안 좋아서 가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내년엔 가족 모두가 건강한 한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경찰은 기동대 등 약 2000여 명을 투입해 인파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보신각 일대를 총 8개 구역으로 나눠 각 구역별 인원을 15~20분 단위로 추산했다. 경찰에 따르면 31일 오후 11시 30분 3만5000명으로 추산됐던 인원은 11시 50분 5만 명, 11시 55분 6만 명으로 늘어나 불과 30분 안에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인원 추산과 함께 ‘구역별로 밀집도가 높지만 경찰 인원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 ‘보신각 주변 반발 단체 등 집회는 없다’는 등 현장 상황을 수시로 공유하기도 했다.
보신각 앞 메인 무대 뿐 아니라 젊음의 거리 등에도 경찰 또는 서울시 소속 안전 요원이 1~2m마다 배치돼 안전 관리에 나섰다. 시민들이 길을 걷다가 잠시 멈춰 설 때마다 호루라기를 불며 “서 있지 말고 빨리 이동하라“고 안내하는 등 좁은 곳에 인파가 몰리지 않도록 유지했다.
곽기민 씨(27)는 “사람이 많이 올 거라고 해서 조금은 걱정했는데 경찰 안전 관리가 강화된 것 같아 안심이 됐다”고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온 패트리스 씨(53)는 “지난해 10월 이태원에서 큰 사고가 발생했던 것을 알고 있다”며 “경찰이 아주 많이 나와 있어서 놀랐다. 조금 무섭지만 통제가 잘되는 것 같아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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