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출퇴근길 TBS 라디오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 ‘신장식의 신장개업’과 같은 시사 프로그램을 들을 수 없게 됐다. 교통·음악 프로그램이 대신한다.
2일 TBS에 따르면 이날부터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교통방송인 ‘출근길엔 TBS’로, ‘신장식의 신장개업’은 음악방송인 ‘퇴근길 김혜지입니다’로 대체 편성된다.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가 방송되던 시간에는 음악방송인 ‘이가희의 러브레터’를 1시간 앞당겨 방송한다.
방송인 김어준씨를 비롯한 이들 3개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은 지난달 일제히 하차 선언을 했는데, 진행자를 교체하는 대신 프로그램을 아예 폐지했다. 새로운 프로그램 또는 대체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은 모두 TBS 사내 아나운서들이다.
이외에 지난달 25일 방송을 끝으로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진행하던 ‘TBS 아고라’도 종영돼 지역 주민들이 진행하는 ‘우리동네 라디오’가 시간대를 옮겨 대신 편성됐다. 다만 시사예능의 성격을 띤 ‘최일구의 허리케인 라디오’는 계속 방송된다.
외부 진행자들이 진행하던 시사 프로그램들의 폐지는 ‘정치 편향성’ 논란 속에서 TBS의 올해 예산이 대거 삭감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해 11월22일 2023년 TBS 출연금을 서울시가 제출한 232억1700만원으로 결정했다. 지난해(2022년)보다 27.4%(88억원) 줄어든 규모다.
TBS는 2023년 출연금으로 411억8300만원을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절반가량만 예산안에 반영해 시의회에 제출했고, 지난달 16일 열린 상임위와 예결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이렇게 시의회에서 확정된 TBS의 올해 예산은 연간 인건비 234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데다 TBS는 상업광고도 불가능한 만큼 프로그램 제작비와 출연료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선영 TBS 이사장은 이와 관련, 지난달 12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올해(2022년) 예산이 벌써 55억원 삭감된 상태에서 운영됐다. 이미 10월부터 제작에 굉장한 차질이 생겼다”며 “많은 사내 아나운서들이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자를 대신해서 들어가서 풀로 가동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또 “(외부 진행자를) 모실 수 있는 제작비가 없다. 제작비가 없기 때문에 제작도 한정된다”며 “그러다 보면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은 다운사이징을 한다거나, 또 중단을 한다거나 이런 조치들이 계속 이어져 왔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로 선임될 대표는 이강택 전 TBS 대표이사 체제하에서 지속된 정치 편향성 논란을 불식하고 새로운 기능으로 방송을 개편해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TBS는 이 전 대표의 사표가 수리된 후 지난해 12월8일 오필훈 이사(전 KBS 교양국장)를 직무대행으로 선임하고 후임 대표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임원추천위원회가 지난달 29일까지 후보를 공모했다. 임추위는 이후 서류 심사, 공개 정책 설명회, 면접 심사를 거쳐 이달 말쯤 2명 이상의 후보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TBS 대표이사는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어서 오 시장이 2명 중 1명을 대표이사로 임명하게 된다. 오 시장은 전날 오후 MBN ‘시사스페셜’에 출연해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면 공영방송의 핵심인 공정성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며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방송으로 거듭나려면 서울시 지원이 필요할 텐데, 그런 지원은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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