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검찰이 반려한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의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검찰은 참사 당일 최 서장의 구조활동이 부실해 참사를 키웠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희생자 158명의 생존·구조시간을 특정하라며 보완수사를 요구했는데, 전수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특수본 입장이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특수본은 지난달 27일 서울서부지검이 반려한 최 서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구속영장을 놓고 보완수사를 이어가며 재신청 여부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
최 서장은 참사 당일 현장에 도착했던 오후 10시30분께부터 무전을 통해 지휘 선언을 한 11시8분 사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등 구조활동을 소홀히 한 혐의 등을 받는다.
특수본은 사고 발생 추정 시간인 10시15분으로부터 1시간 가량 지난 11시7분께 이미 서울시소방재난본부의 상황보고서 등에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기재되는 등 심각한 상황에도 최 서장이 소방 대응 2단계를 발령하지 않았다고 본다. 실제로 소방 대응 2단계 발령이 이뤄진 시간은 11시13분께다.
최 서장이 적절히 대응했더라면 인파 끼임 해소 시간(11시22분)이 앞당겨져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 특수본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매뉴얼에 따른 응급환자 분류가 이뤄지지 않아 가까운 순천향대병원에 1순위 응급환자가 이송되지 못하고, 대신 사망자들이 대거 이송되는 등 당장 조치가 급한 환자들이 계속 방치돼 있었다고도 특수본은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서장은 11시8분 이전에도 무전이 아닌 육성으로 구두지휘를 했으며, 사망자들은 통제와 관리 측면에서 순천향대병원 영안실로 보낸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수본은 최 서장의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 등이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보다 촘촘한 인과관계 입증이 필요하다고 봤다. 무엇보다 검찰은 희생자 158명의 최종 생존시간, 구조시간 및 구조 후 방치 시간 등을 정확히 특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특수본은 “납득할 수 없다”며 검찰 요청에 정면 반발했는데 이미 폐쇄회로(CC)TV 분석, 생존자가 제출한 사진 자료, 구조인력의 바디캠 영상까지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최대한 인명피해 규모를 특정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입장이다. 생존자·희생자·유가족·지인 등의 진술을 총동원해도 개별 시간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푸념도 나온다.
최 서장의 신병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소방당국 등 다른 피의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려던 특수본의 수사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 모양새다.
이에 경찰 안팎에선 특수본이 검찰의 요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결론 짓고 최 서장에 대해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마무리한 뒤 송치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특수본은 검찰의 요구에 대해 “신의 영역”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특수본은 앞서 구속된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에 대해서는 이번주 중 수사를 마무리해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이들은 재난·안전 관련 1차적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장 및 소관 부서장으로서 핼러윈 축제 기간 이태원 일대에 대한 사전 안전대비 계획 수립이나 사후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 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가 검찰에 넘겨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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