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새해 첫 출근일인 2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출근길 열차 탑승 시위에 나섰으나 경찰에 저지당했다. 이후 승강장에서 1박 2일 농성에 돌입한 전장연이 경찰과 대치를 이어가면서 이날 오후 열차 1대가 삼각지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 삼각지역에 모여 ‘장애인권리예산·입법 쟁취 1박2일 1차 지하철 행동’을 시작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를 비롯해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 등 30명가량이 이날 시위에 참석했다.
오전 9시 13분경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숙대입구역으로 향하는 열차에 탑승하려고 시도하자 경찰이 방패를 들고 막아섰다. 이에 박 대표와 전장연 회원들은 “지하철을 타게 해달라. 서울시는 법원 조정안을 수용하라”라고 외쳤다.
하지만 경찰과 공사 측은 이들의 탑승을 허용하지 않았다. 경찰은 열차의 전체 출입문 중 절반 정도를 막아섰고 열차가 도착했을 땐 일반 승객들만 통행할 수 있도록 길을 텄다. 번번이 지하철에 탑승하지 못한 전장연은 “지하철을 탈 때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며 스크린도어 앞에 멈춰선 채 비켜나지 않았다. 시위대가 경찰과 공사 직원들을 밀어붙이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끝내 열차에 탑승하지 못한 전장연은 곧바로 승강장에서 ‘1박 2일’ 농성에 돌입했다. 대치 상황은 이날 오후까지 이어졌고, 공사는 이날 오후 3시 2분경 상행선 열차 1대를 무정차 통과시켰다.
새해 첫 출근길 시위로 시민들은 적지 않은 불편을 겪었다. 몇몇 시민들은 전장연을 향해 “새해 첫날부터 출근을 방해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를 피하려다 넘어지는 시민도 있었다. 환승 통로를 시위대가 가로막은 탓에 시민들은 우회 통로를 이용해야 했다. 직장인 최명경 씨(23)는 “환승하기 위해 계단을 여러 차례 왔다 갔다 하느라 너무 힘들다”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 19일 강제 조정을 통해 서울교통공사 측이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대신 전장연은 열차 운행 시위를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또 전장연이 지하철 승하차 시위로 5분 이상 운행을 지연시키는 경우 회당 500만 원을 공사에 지급하도록 했다.
전장연은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지연시킬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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