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지하철 시위 13시간 만에 종료…서울교통공사·경찰 ‘원천 차단’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2일 23시 46분


2일 새해 첫 출근길부터 지하철 선전전에 나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이를 막아선 경찰 및 서울교통공사 직원들간의 대치가 13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장연의 선전전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민형사상 대응을 포함해 모든 법적인 조치를 동원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오전 9시10분께부터 지하철 탑승을 시도했다.

당초 이들은 지하철 운행 지연을 유발하는 ‘제48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열차 운행을 5분 초과해 지연시키는 선전전을 금지한 법원 강제조정에 따라, 지연을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지하철 선전전을 하기로 결정했다.

법원은 지난달 19일 열차 운행을 5분 초과해 지연시키는 선전전을 금지하는 내용의 강제조정을 결정한 바 있다. 이는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이 고의로 열차 운행을 지연시켰다며 3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조정이다. 전장연은 조정안을 수용했지만, 공사는 불법시위로 인한 이용객 불편, 공사가 입은 피해 등 다양한 여건을 고려해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탑승 전 “우리는 법원의 조정을 수용했다. 5분 이내에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허락해달라”며 스크린도어로 향했다.

하지만 구기정 삼각지역 역장은 “역사 시설에서 고성방가 등 소란 피우는 행위, 광고물 배포 행위, 연설 행위, 철도 종사자의 직무상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철도안전법에서 금지하고 있다”며 전장연의 퇴거를 요청했다.

경찰과 지하철 보안관은 스크린도어를 막아서는 방식으로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을 막았다. 전장연 관계자들은 “비장애인만 타는 시민권 열차에 탑승시켜달라”, “전장연은 권리를 향한 투쟁을 포기하지 않는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5시간 넘게 대치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지하철 탑승을 요구하며 휠체어에서 내려와 스크린도어 앞에 눕기도 했다. 그는 “법원에서 5분 안에 타라고 했다. 5분 이내로 탈 거니까 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박 상임공동대표 주위로 인파가 몰리자 공사 측은 오후 3시2분께 삼각지역에서 열차를 무정차 통과했다. 4분 뒤에 도착한 바로 뒤 열차부터 정차하며 정상 운행됐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는 한 전장연 관계자는 스크린도어를 막고 있는 경찰들에게 돌진하며 탑승을 시도했다. 경찰은 휠체어를 둘러싼 채 그를 스크린도어로부터 밀어냈다.

전장연과 서울교통공사 측과의 충돌도 발생했다. 구 역장과 지하철 보안관은 전장연 관계자들이 승강장 벽에 전단지를 붙이자 곧바로 뜯어냈다. 이 과정에서 전장연과 공사 간 고성이 오가며 언쟁이 벌어졌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내일(3일) 오전 10시30분까지 삼각지역에서 1박2일 동안 지하철 탑승과 함께 오 시장의 법원 조정 수용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전장연 활동가들과 경찰, 공사 측 지하철 보안관들이 대치한 가운데 오후 6시께부터 퇴근길 인파까지 몰리며 삼각지역사 내부의 혼잡도는 극에 달했다.

한 전장연 여성 활동가는 “지하철이 올 때마다 지하철을 타게 해달라고 구호를 외치자”고 외친 뒤 전동 휠체어를 타고 스크린도어 앞으로 전진을 시도했고, 기동대원 수명이 즉시 방패로 진로를 막아섰다.

오후 6시40분께 2011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농성 중 숨진 고(故) 우동민 장애인 인권활동가 추모제를 하려는 전장연 측이 승강장 내에서 이동을 시도하면서 재차 몸싸움이 벌어졌다.

오후 7시20분께 승강장 앞에서 열린 추모제에 참석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법원이 내놓은 강제 조정안까지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서울시를 비판한 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측은 무리하게 장애인 활동가들을 제약하려 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헌화를 하던 오후 8시20분께 삼각지역에 열차가 정차하며 스크린도어가 열리자 순간적으로 전장연 활동가들이 진입을 시도해, 경찰 기동대원과 지하철 보안관들이 급히 몸으로 막아서는 위태로운 모습도 나타났다.

양측의 대치는 오후 9시40분께 승강장 앞에서 물러난 전장연이 우 열사 추모제를 헌화로 마무리하고 해산하기로 하면서 매듭을 지을 수 있었다.

박 대표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2023년도 새해도 우리에게 고난의 길이 열린 거 같다”고 눈물을 훔친 뒤 “그래도 우리는 포기하지 말고 장애인들의 권리를 위해서 함께 투쟁했으면 좋겠다”고 독려했다.

법원 조정안이 공사 측도 합의했던 내용임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탑승) 5분이란 시간은 공사 측 변호인과 합의한 내용인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1분도 넘으면 큰일이 난다고 말한다. 이게 뭐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박 대표와 전장연 활동가들은 “장애인에게 권리를”, “차별은 이제 그만”, “동정은 집어치워” 등의 구호를 외친 뒤 오후 10시께부터 헌화에 들어갔다.

경찰은 오후 들어 기동대 10개 부대 및 여성 기동대 2개 제대를 투입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오후 3시2분께 지하철 4호선 1대가 처음으로 삼각지역을 무정차 통과한 데 이어 오후 10시까지 총 13대가 무정차 통과했다.

전장연 측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휴전’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달 20일부터 선전전을 중단한 바 있다. 하지만 전장연이 증액 요구한 예산안(1조3044억원) 중 일부(106억원)만 올해 예산에 반영되면서 2주 만에 다시 출근길 지하철을 타기로 결정했다.

전장연은 시위 종료 기한을 정해두지 않은 채 새해에도 선전전을 이어갈 방침이다. 다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장애인 권리 예산을 두고 전장연과 대화에 나선다면, 지하철 선전전을 유보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 예산 증액 등을 요구하며 지난 2021년 12월부터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와 관련해 추가로 법적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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