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근무’ 늘자… 직장내 ‘MZ세대 논란’ 확산
기성세대 “꼰대 취급에… 말도 못해”, MZ세대 “일부 사례를 싸잡아 비판”
전문가 “코로나 이후 갈등 더 커져… ‘업무태도-가치관’ 서로 더 이해해야”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다시 사무실에서 얼굴을 맞대고 일하게 되면서 직장 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연말 회식 때 고기도 안 굽더라,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만 중시한다…. 반면 MZ세대는 나름대로 “할 말이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동아일보가 직장 내 MZ세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와 청년 20명의 목소리를 들었다.》
직장 내 MZ세대를 향한 기성세대의 가장 큰 불만은 업무를 대하는 태도다. ‘칼퇴근’에 회식은 기피하며 사생활만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관리자급 최모 씨(58)는 “5년 전만 해도 맡은 일을 못 끝내거나 중요한 일이 있으면 알아서 야근을 했다”며 “이제는 남아서 일을 더 하라고 말도 못 꺼내는 분위기”라고 했다. 또 “꼭 필요해 야근을 하자고 해도 얼굴에 싫은 표정이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반면 직장인 정모 씨(24)는 “퇴근시간 2분을 앞두고 상사로부터 추가 지시를 받았는데 담당자가 이미 퇴근한 걸 확인하고 ‘부서에 내용을 전달했다’고 보고했다”며 “더 이상 추가 확인을 할 수도 없는 업무였는데 ‘벌써 퇴근한 거냐’ ‘워라밸만 챙기느냐’고 질책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MZ세대가 싸잡아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회사원 김다영 씨(28)는 “부서 절반이 20대인데 편견 때문에라도 대부분 회식은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며 “일부의 사례를 마치 MZ세대 전체의 일처럼 일반화하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 “모두 꼰대 취급” vs “수용할 지적은 수용”
기성세대는 MZ세대가 상사나 선배의 조언을 무조건 ‘꼰대 소리’로 치부한다고 토로한다. 대전 유성구에 사는 권소영 씨(56)는 “교회 청년부 친구들에게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도 꼰대 취급 받을까 걱정돼 아무 말도 못 하는 분위기”라며 “기성세대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과 꼰대 소리는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MZ세대들은 “세상이 변했음에도 ‘라떼(나 때)는 말이야’만 반복하는 조언을 거부할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생 이상훈 씨(24)는 “상황이 변한 걸 받아들이지 않은 채 본인들의 생각만 고집하는 건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정말 필요한 조언은 얼마든 수용한다는 것이다. 직장인 권준표 씨(27)는 “상사에게 공문 작성 요령을 배웠을 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어 커피도 사고 지금은 먼저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직장 내 공존을 위해선 서로 더 이해해야”
‘심심한 사과’를 ‘심심해서 사과했느냐’고 해석한 걸 두고 “전반적인 문해력이 떨어져 큰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직장인 김진하 씨(25)는 “상대적으로 한자를 배울 기회가 적었을 뿐”이라며 “교육 과정이 다르고 세대별로 익숙한 용어에도 차이가 있다. 영어나 제2외국어는 우리 세대가 훨씬 낫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채식, 친환경 등 트렌드에 유난히 민감해 조직생활을 못 한다는 지적에 대해 MZ세대들은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가치”라고 항변한다. 직장인 최모 씨(26)는 “채식주의자라고 했더니 오히려 육식을 안 하면 큰일 날 것처럼 말하며 고기를 먹는 걸 강요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호소했다. 또 “기후변화 등을 고려하면 환경보다 개발 우선이었던 기성세대와 달리 우리는 천천히 가더라도 환경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얼굴을 마주치지 못하는 사이 빠른 속도로 사회가 변하면서 기성세대와 MZ세대의 차이가 커졌다고 지적한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보다 사회적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세대 간 가치관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직장 내에선 기성세대와 MZ세대가 공존할 수밖에 없는 만큼 서로 다른 점들을 인정하고 오해를 풀어가기 위해 양쪽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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