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펜시아리조트 매각 입찰에서 떨어진 KH계열사가 낙찰받은 다른 KH 계열사의 인수자금 마련을 도운 정황을 검찰이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들이 사실상 ‘한 호주머니’에서 자금을 관리하며 알펜시아 인수를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KH그룹의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입찰 방해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2021년 6월 알펜시아 5차 공개매각에 응했다가 떨어진 평창리츠의 모기업 ‘IHQ’가 입찰 경쟁 상대였던 KH강원개발의 인수자금 마련에 동참했다는 진술과 자료 등을 확보해 입찰방해(담합)와 배임 혐의 등을 수사 중이다. 또 KH 계열사 2곳이 응찰했다는 걸 인지했던 강원도가 두 계열사 간 관계를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KH강원개발은 2021년 5월 7일 KH의 지주사격인 KH필룩스가 출자해 설립됐다. 3일 뒤 다른 계열사인 IHQ도 평창리츠(설립 당시 이름 ‘KH리츠’)를 설립했다. 두 회사는 설립 직후 알펜시아 5차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입찰가로 약 6800억 원을 써낸 KH강원개발이 알펜시아를 낙찰받았다.
KH강원개발이 잔금을 치르는 이듬해 2월 18일, 입찰에서 떨어졌던 IHQ 측은 전환사채(CB)를 발행해 350억 원을 마련했다. 동시에 IHQ는 KH와 연관 있는 한 투자조합에 496억 원을 출자했다. 이 496억 원은 다시 KH필룩스를 거쳐 KH강원개발로 흘러갔다. KH강원개발은 자기자본 없이 대출 및 KH계열사에서 CB 발행을 통해 끌어온 자금 등으로 잔금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두 계열사가 계획부터 인수 자금 마련까지 한 몸처럼 움직이며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IHQ 대표 등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에 대해 KH 측은 “두 계열사가 함께 입찰한 것은 낙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였을 뿐 다른 기업들이 전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측도 “계열사 간이라도 법인이 다르고 대표자가 다른 경우는 유효한 입찰이라고 조달청이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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