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살해 이기영 사이코패스 ‘판단 불가’ 왜?…‘이러면’ 사이코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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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6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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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와 집주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기영은 지난달 20일 60대 남성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으며, 그보다 넉 달 앞선 지난해 8월 집주인인 동거녀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공동취재) 2023.1.4/뉴스1
택시기사와 집주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기영은 지난달 20일 60대 남성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으며, 그보다 넉 달 앞선 지난해 8월 집주인인 동거녀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공동취재) 2023.1.4/뉴스1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사이코패스(psychopath·반사회적 성격장애) 검사에서 ‘진단 불가능’ 판정을 받으면서 사이코패스의 판단기준과 특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6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북부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 2명이 이기영을 상대로 사이코패스 검사(PCL-R)를 진행해왔으나, 이날 ‘진단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이코패스를 판별하는 일부 항목에 대한 평가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검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이기영이 사이코패스 검사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말을 바꾸며 검사의 신뢰성을 떨어지게 해 경찰이 검사를 중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이기영은 시체유기 지점에 대해 진술을 번복하고 거짓말을 해 수사에 혼선을 주기도 했다.

5일 경기 파주시 공릉천변 일대에서 택시기사와 동거여성을 살해한 이기영이 시신을 유기했다고 지목한 장소에 대한 수색이 진행되고 있다. 2023.1.5/뉴스1
5일 경기 파주시 공릉천변 일대에서 택시기사와 동거여성을 살해한 이기영이 시신을 유기했다고 지목한 장소에 대한 수색이 진행되고 있다. 2023.1.5/뉴스1


◇ 사이코패스란? 검사 어떻게 이뤄지나

사이코패스란 인격장애의 한 종류로 사회적 규범에 공감하지 못하며 자신의 이득 혹은 충동에 이끌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쉽게 무시하고 침범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반복적인 거짓말, 무책임, 반복적인 범법행위,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행동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일례로 이기영이 △짧은 기간 동안 2명을 살해하고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보낸 점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로 고급술집을 다닌 점 △피해자의 신용카드로 현 여자친구에게 고가의 반지를 사준 점 △짧은 기간 동안 결혼식을 수차례 올린 점 등을 들 수 있다.

앞서 프로파일러는 이기영의 대인관계, 감정·정서, 반사회성 등 4가지 항목 20개 문항에 대해 상세히 조사해왔다. 문항마다 0점에서 2점까지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한국은 40점 만점에 25점 이상, 미국은 30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판정한다.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20명을 살해한 유영철은 38점을 받아 한국 범죄자 중에서는 최고점을 기록했다. ‘계곡살인’ 범죄자 이은해는 PCL-R에서 31점을.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조두순은 29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쇄살인마 강호순은 27점을 받았다.

◇이기영, 고양이 학대 일삼아…국내 연쇄살인범들도 살인전 동물학대 저질러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를 수영장에 강제로 빠뜨리며 학대하는 이기영의 모습 자체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연쇄살인범들 또한 범행 전 동물학대를 저지른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동물을 상대로 한 범행이 일종의 ‘살인연습’인 셈이다.

지난 2003년부터 1년 간 노인과 여성 20명을 죽인 유영철은 어머니의 집에 머물며 여러 흉기로 큰 개를 찔러보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이 실험에서 사용한 둔기로 살인을 저질렀다.

유영철은 과거‘술에 취하면 본인도 모르게 이상한 행동을 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술에 취해 들어와서 강아지를 병에 집어던져 죽인 적이 두 번 있었다”며 “(반려견 5마리 중) 한 마리의 눈을 찌르고 둔기를 휘둘러 죽였다”고 진술했다.

자신의 딸 친구를 유인하고 살해한 뒤 그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 또한 법정 진술에서 딸이 자신을 무서워하며 지시에 따른 것에 대해 “예전에 내가 화가 나서 개 6마리를 망치로 죽이는 모습을 봤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호순 또한 지난 2003년 1월1일 안산시 상록구에서 개사육 농장을 운영하며 개를 도축하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스스로 개의 목에 올가미를 걸어 목을 조르고, 전기를 통하게 해 잔인하게 도축하는 일을 반복했다.

특히 강호순은 지난 2002년 1월 30일 네번째 부인을 살해한 후부터는 닭, 오리, 개 등의 목을 비틀어 죽이는 등 동물을 더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한다. 강호순은 재판과정에서 “개를 많이 잡다보니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느끼게 됐고, 살인 욕구를 자제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당시 재판부는 강호순의 살인 범행 동기에 대해 “개농장을 운영하면서 가축을 죽이는 경험을 하면서 생명에 대한 경시와 잔인함, 그리고 수차례 살해를 반복한 경험을 쌓게됐다. 피고인이 가진 폭력성향과 결합하여 피고인은 사람의 목숨도 짐승의 목숨과 마찬가지로 하찮게 여기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잠재된 살인욕구가 되살아나 자신의 성적욕구를 채우기 위해 서슴없이 여자들의 목숨을 빼앗을 마음을 먹게됐다”고 판시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범죄를 통해 얻는 만족감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주기가 짧아지고 강도가 세지는 것”이라며 “감기약을 처음에는 한 알먹지만, 나중에는 내성이 생겨 2~3알 먹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설명했다.

동물 학대 범죄 자체가 반사회적성향을 드러낸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 2015년부터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동물 학대 범죄를 반사회적범죄로 보고 있다. FBI는 국가 사건 기반 보고시스템에 동물 학대 데이터를 △방치 △학대 △투견 △성적 학대 등으로 구분해 해당 범죄자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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