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16년간 피해 4조원 돌파…윗선 구속은 난항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6일 17시 06분


코멘트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으나, 갈수록 진화하는 수법에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신종 수법들이 등장하면서 젊은 층 중에서도 피해자가 나오는 가운데, 범죄 특성상 윗선 구속은 어려운 실정이라 우려가 높다.

6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검사·검찰수사관 사칭 전화금융사기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최근 당부했다.

실제 새해 들어서도 보이스피싱 범죄가 잇따랐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지난 5일 보이스피싱 중계기를 운반하며 범죄를 도운 혐의로 20대 남성을 붙잡아 수사 중이다. A씨 가방 속에는 국내 유심칩을 이용해 해외 전화번호를 국내용으로 바꾸는 중계기와 휴대전화 30여개가 들어있었다고 한다.

광주에서는 자기 명의 계좌로 받은 현금으로 가상화폐(가상자산)를 구매해 전달한 20대 여성 보이스피싱 현금 인출·전달책이 지난 5일 기소됐다. 그는 지난 2021년 3~4월 보이스피싱 조직원 B씨에게 속은 피해자 4명으로부터 자신의 계좌로 송금받은 4595만원을 가상자산 이더리움으로 구매한 뒤 B씨가 지정한 전자지갑으로 전송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 몇년간 경찰 등 사법기관 추적을 피하기 위해 보이스피싱 범행 수단과 수법도 다양해졌다.

보이스피싱에 이용되는 이동형 중계기는 ‘070’으로 시작되는 인터넷 전화번호를 ‘010’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준다. 가상자산을 이용해 추적을 어렵게하는 수법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해 피해자가 경찰 등 어느 기관에 전화를 하더라도 범인들이 당겨 받는 이른바 ‘강수강발(강제수신 강제발신)’ 프로그램을 심어두거나, 피해자의 위치 정보나 녹음 기능을 강제 구동시켜 지시를 순순히 따르는지까지 감시하는 사례도 있다.

가짜 검찰청 사이트로 이용자를 유도하고, 검사·검찰수사관을 사칭하는 형태도 적발됐다. ‘006’ 등 국제 발신 전화번호로 해외결제(구글스토어, 해외직구, 삼성페이 등)가 이뤄졌다는 문자를 미끼로 발송, 피해자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면 수사기관 등을 사칭하며 ‘명의도용·자금세탁 범죄에 연루됐으니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협박하는 식이다.

지난달 20대 A씨는 ‘이○○ 검사’로부터 “명의도용 및 성매매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전화를 받았고, 혐의를 벗고 싶으면 대출을 받아 지정한 계좌로 입금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A씨는 ‘이 검사’에게 약 6000만원을 보냈다.

그나마 최근 들어서는 범죄 발생과 피해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위안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누적 발생 건수는 2만479건, 피해액은 5147억원으로, 전년 동기(2만8646건·7172억원) 대비 발생건수는 28.5%, 피해액은 28.2%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2년 한국 사회동향’을 보면 보이스피싱이 처음 발생한 지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누적 피해 금액은 3조868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피해액을 감안하면 4조원을 넘어선 셈이다.

근거지를 해외에 둔 보이스피싱 특성상 조직의 일망타진이 어렵다는 점이 주된 문제로 지적된다.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 합동수사단에 따르면, 중국에 콜센터의 87.6%가 몰려있었다. 또 필리핀(6.2%), 태국 (3.7%)에도 콜센터가 있었다. 보이스피싱 콜센터의 97% 가량이 해외에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직상선 검거율은 아직 낮은 편이다.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평균 검거인원은 3만8015명으로, 이중 총책과 텔레마케터 등 ‘조직상선’ 검거율은 2.0%(760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해 7월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을 위한 정부 합동수사단이 출범한 바 있다. 합수단은 해외 총책 등 보이스피싱 범죄단체에 가담했을 때 해당 국가와 형사사법 공조 및 수사관 현지 파견 등을 통한 합동 수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인터폴 수배와 범죄인 인도 요청을 통해 주요 가담자를 강제 송환하고 범죄 단체 조직·활동 등의 혐의를 적용해 양형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