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후원금 횡령한 택배견 ‘경태’ 주인·여친에 징역형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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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6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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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됐던 경태와 태희, 유기견 센터에서 보호 중

택배견 경태. 뉴시스
택배견 경태. 뉴시스
반려견을 차량에 태우고 다니며 일을 하는 것으로 유명세를 얻은 뒤 후원금 6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검찰로부터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민성철 판사)은 6일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직 택배기사 A 씨(34)와 여자친구 B 씨(38)에 대한 공판을 열어 심리를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구속 도중 B 씨가 도주를 할 수 있도록 도운 지인 C 씨(33)와 D 씨(37)의 범인도피교사,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사건이 병합돼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5년 형을, 경찰 수사 당시 주범으로 지목된 여자친구 B 씨에게 징역 7년형을, C 씨와 D 씨에겐 각각 징역 1년과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반려견에 대해 선량한 마음을 이용해 1만여 명이 넘는 피해자들로부터 6억 원이 넘는 금액을 편취했고, B 씨는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하고 도주하기까지 했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A 씨는 최후진술에서 “많은 분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범행을) 묵인한 점을 반성한다”고 했다. B 씨는 “누구보다 A 씨와 경태를 사랑했다. 둘이 잘못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분들에게 죄송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택배기사 A 씨는 유기견 ‘경태’를 택배 차량에 태우고 다니며 일을 해 ‘경태아부지’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졌다. 이후 그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팔로워를 모았고, 유기견 ‘태희’를 추가로 입양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A 씨와 B 씨는 “경태와 태희가 아픈데 택배 차량이 고장 나 일을 할 수가 없다”는 내용의 글 등을 올려 기부금과 차용금 등 6억 1070만 원을 모은 뒤 이를 돌려주지 않고 잠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횡령한 기부금과 빌린 돈을 대부분 도박에 사용하거나 빚을 갚는 데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 기부 한 사람들과 팔로워들은 국민신문고에 신고를 했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6개월 만에 대구에서 이들을 붙잡았다.

지난해 10월 검찰은 기부금 대부분이 B 씨의 계좌에 들어간 사실 등에 근거해 주범으로 B 씨를 지목해 구속기소 했고 A 씨는 불구속기소 했다. 하지만 구속 상태였던 B 씨는 지난해 11월 건강상 이유로 구속집행정지를 허가받아 병원을 방문 후 약 한 달간 도주, 지난해 12월 다시 체포됐다.

경태와 태희는 A 씨 일당이 구속된 이후 오랫동안 방치됐다가 현재는 유기동물 보호센터에서 ‘똘이’와 ‘장군’이라는 새 이름으로 임시 보호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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