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상가 공실률 급증에 해법 모색
여의나루역 ‘러너 스테이션’ 조성
신당역엔 스케이트보드 공간 마련
시청역 가족 놀이공간으로 조성
서울시가 일부 지하철 역사를 문화·체육 공간으로 바꾸는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각 역사에 달리기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러닝 스테이션’과 스케이트보드 연습 공간 등을 만들어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 여의나루역 ‘러너’들의 성지로
4일 열린 서울시 신년 직원조례에선 ‘지하철 역사 혁신 프로젝트’가 적극행정 사례로 소개됐다. 이지현 서울시 전략비전수석은 “하루 590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역 공간을 편리하고 매력적인 장소로 만드는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 서울연구원 등과 함께 3개월 동안 고민한 후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2호선 신당·시청역 등 3곳의 유휴 공간을 새롭게 꾸미는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한강을 달리는 시민들을 위해 여의나루역을 ‘러너 스테이션’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의나루역 지하 1∼4층에 라커룸과 샤워시설을 설치하고 가상현실(VR) 러닝 공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 공간 등을 만들어 러너들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수석은 “런던 워털루역에 꾸며진 실내 스케이트보드 파크 ‘하우스 오브 반스’ 등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가 많이 모여 ‘힙당동’으로 불리는 지하철 2호선 신당역은 ‘스트리트 컬처’(거리 문화) 활성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하철 10호선 개통이 무산되면서 남은 환승통로에 스케이트보드와 비보잉 댄스 공간 등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시 관계자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둘 다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앞으로 인기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당역을 찾는 젊은층을 사로잡을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 시청역은 서울광장 프로그램과 연계해 ‘언더그라운드 서울광장’으로 거듭나게 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시는 서울광장에서 독서와 휴식을 즐기는 ‘책 읽는 서울광장’ 프로그램을 진행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를 확대해 지하에 가족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놀이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 “지하철역사 수익률도 높일 것”
이번 프로젝트는 지하철역에 빈 상가들이 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하철역 내 상가 공실률은 2018년 17.4%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31.9%까지 높아졌다.
이 수석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울 지하철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물리적으로 연결하면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 있는 공간인데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다”며 “지하철역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수익률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앞으로 미래공간기획관과 도시교통실, 서울교통공사 등과 정식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시 미래공간기획관실 관계자는 “지하철은 시민들이 다니는 공공재”라며 “서울의 지하 공간도 지상만큼 디자인의 품질을 높여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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