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었던 마스크 다시 썼다”…미세먼지·황사 기승에 ‘아우성’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9일 12시 29분


“모처럼 가족끼리 근교에 나가 외식하려고 했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집에서 배달시켜 먹었어요.”

지난 주말 전국 대부분 지역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온종일 뿌연 하늘이 이어졌다. 대낮에도 날씨가 흐리고 거리가 먼 건물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떄문에 바깥 나들이를 즐기려던 시민들은 모두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9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충청, 호남, 영남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미세먼지가 ‘매우나쁨’에서 ‘나쁨’ 수준을 보였다. 이날도 오전 9시 기준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127㎍/㎥, 인천 160㎍/㎥로 ‘매우나쁨’~‘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다.

주말부터 미세먼지가 종일 기승을 부리자 시민들의 야외활동도 크게 위축됐다.

새해 첫 주말을 맞아 가족과 나들이 겸 외식을 즐기려던 직장인 이모(37)씨는 미세먼지로 흐린 바깥 날씨를 보고 계획을 취소했다. 그는 “연말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 미안함 때문에 새해 첫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나가려고 했다”며 “미세먼지 농도를 보고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집 안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아이를 달래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다.

서울 방배동에 사는 강모(32)씨도 “주말에 한강에 나가서 러닝이나 사이클 타는 걸 즐기는 편인데, 지난 주말에는 20분만에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며 “건강하려고 운동하는데 더 몸이 나빠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에 사는 직장인 송모(36)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바로 벗는 편이었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다시 쓰게 될 줄 몰랐다”며 “공기청정기도 구매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야외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 미세먼지의 직격탄을 맞은 건설 현장 노동자, 배달업 종사자 등이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건설 현장 관계자는 “공사 기간이 정해져 있어 단축 근무나 작업 중지는 사실상 어렵다”며 “마스크를 지급하거나 쉬는 시간을 늘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진으로 일하고 있다는 윤민지(28)씨는 “촬영 한 번 나가면 최소 15시간은 밖에 있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쾌쾌하다”며 “지금은 젊어서 감수하는데 시간이 지나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넷 각종 커뮤니티에도 미세먼지로 인한 답답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글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서울에 사는데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동해안 쪽으로 피난을 왔다”며 “서울보다는 확실히 나은 것 같긴 하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추운 것도 싫은데 조금만 따뜻해지면 미세먼지가 또 난리를 친다”며 “차라리 이럴거면 추운 게 나을 것 같다”고 전했다.

주말 내내 이어지던 올겨울 최악의 미세먼지는 당분간 한반도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대기잔류와 중국발 황사의 영향으로 수도권과 충청권, 강원영서 일부 지역은 오는 12일까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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