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만난 중국 동포와 중국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 국적의 40대 남성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도 격리를 거부한 채 달아났다가 이틀 만에 검거된 것을 두고 보인 반응이다.
한 사람의 일탈이지만 중국의 코로나 확산과 비밀경찰서 논란, 미세먼지 등이 겹치면서 우리 사회에 혐중 정서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큰 차이나타운인 대림동 주민들도 이런 분위기를 아는 듯 난감한 모습을 보였다. 10일 대림동에 터를 잡고 지내는 중국 동포와 중국인들은 뉴스1의 질문에 답을 피하거나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대림중앙시장 한쪽에 자리한 만둣집 직원은 “여기서 장사할 수 있게 해준 한국이 정말로 고맙다”며 “코로나가 여전히 심각하니 방역 완화는 성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던 족발집 직원도 “입국하다 도주한 중국인을 잘 검거했다”며 “왜 도망갔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건너편 꽈배기 가게 사장은 “여기 있는 중국 동포와 중국인은 모두 방역을 잘 지키고 있다”며 “한국은 코로나 검사와 치료를 다 잘해주니 우리도 방역지침을 잘 준수한다”고 강조했다.
상인들은 혐중 정서가 설 명절을 앞두고 모처럼 찾아온 대목에 악영향을 끼칠까 노심초사했다.
잡곡집 가게 사장은 “코로나 이후 이곳을 찾는 사람이 줄었는데 설 명절에도 사람이 안 오면 큰일”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달리 순댓국 식당 주인은 “코로나로 사람이 줄었지만 그래도 명절이면 전국의 중국인이 이곳으로 몰린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들뿐 아니라 대림동 사람들은 한국 사회에서 조화롭게 살아가길 원하며 한국 정책과 제도도 잘 따른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의 불법 행동과 발언으로 한국 내 중국인이 피해를 보면 안되며 그 때문에 한중관계가 훼손돼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대림동 주민만 그런 것은 아니다. 성북구에 사는 중국 국적의 직장인 서모씨(28·남)는 “한국에 들어오려는 중국인이 코로나 음성확인서 내는 것은 맞다”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서씨는 그러면서 “제 주위에 한국과 중국을 혐오하는 사람이 없다”고 혐중 정서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들의 희망과 달리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혐중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는 일부 혐오 글과 반응을 자극적으로 옮긴다며 언론을 탓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소수의 일탈과 의견을 전체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주문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SNS에서 혐오를 조장하는 사람은 소수”라면서도 “혐오 정서가 확산하지 않게 시민사회 차원에서 (혐오 댓글과 언론보도 등의) 위험을 경고하며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도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불신을 중국인 개개인에 대한 혐오로 연결하면 안 된다”며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닌 만큼 깊이 있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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