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보다 참혹한 현실…현직 장학사가 밝힌 학폭 현장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1월 12일 15시 52분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송혜교 분)이 유년 시절 고데기로 몸을 지지는 학교 폭력을 당해 성인이 돼서도 화상 자국이 남아 있는 모습. 넷플릭스 캡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송혜교 분)이 유년 시절 고데기로 몸을 지지는 학교 폭력을 당해 성인이 돼서도 화상 자국이 남아 있는 모습. 넷플릭스 캡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속 학교폭력 장면이 시청자에게 충격을 안긴 가운데, 현직 장학사가 실제 벌어졌던 더 참혹한 학교폭력 사례들을 언급했다.

최우성 경기 수원교육지원청 학교폭력 전담 장학사는 11일 MBC라디오 ‘뉴스하이킥’에서 “(드라마 속) 학교폭력 장면들이 너무 충격적이라 보는 분들이 경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폭력이 발생할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겠지만, 현실 속에 있는 부분을 구성했다고 생각한다”며 “한마디로 지금 학교폭력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장학사는 드라마에서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고데기 온도를 체크한다’며 피해 학생 신체 곳곳을 고데기로 지지는 장면과 관련해 “과거 충북 청주의 중학교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그는 “2006년 5월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3학년 여러 명이 동급생 1명을 표적 삼아 20일간 고데기나 옷핀, 책 등으로 상해를 입힌 사건이 벌어졌다”며 “가해자들은 피해 학생에게 돈을 요구하기도 했고 요구에 응하지 않는 날에는 집단구타도 서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 학생은 심한 화상을 입고 꼬리뼈가 튀어나오는 등 전치 5~6주 정도 입원 치료가 필요한 정도였다. 이 학생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수일 간격으로 고데기 온도 체크를 해 상처가 아물 틈이 없었다’ ‘아물던 딱지도 가해자들이 손톱으로 떼어내는 의식 같은 형벌을 자행했다’고 토로했다”며 “‘더 글로리’에서 작가가 고데기를 폭력의 중요한 소재로 사용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어린 동은(정지소 분)이 학교폭력을 당해 피투성이가 된 모습.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어린 동은(정지소 분)이 학교폭력을 당해 피투성이가 된 모습. 넷플릭스 제공
최 장학사는 이외에도 현장에서 안타깝고 보기 괴로울 정도인 사건이 많았다고 복기했다. 그는 △양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청학동 기숙사 가혹행위 사건 △경기 북부 눈 침대 폭력사건 등을 언급했다.

양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은 2021년 경남 양산에서 가해자들이 외국 국적의 중학생을 집단폭행하고 범행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해 유포한 사건이다. 가해자 중 2명은 검찰에 송치됐지만 다른 2명은 촉법소년이어서 소년부로 넘겨졌다.

청학동 기숙사 사건은 2020년 경남 하동 청학동 기숙사에서 발생했다. 17세 가해자 2명은 피해자의 신체 부위에 이물질을 삽입하거나 소변을 먹이는 등 가혹행위를 벌였다. 가해자들은 소년부로 송치돼 형사처벌을 면했다.

눈 침대 사건은 2022년 12월 경기 북부에서 13세 초등생이 하굣길에 9세 여자 어린이를 유인해 눈더미로 침대를 만든 뒤 성추행한 사건이다. 가해 학생은 촉법소년이라 형사 처벌이 제한되며 학교에서도 별다른 징계 없이 졸업했다.

최 장학사는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저연령화되고, 교묘해지면서 흉포화되고 있다”며 “서서히 촉법소년 기준 나이를 내려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교화 또는 예방을 위해 우리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점점 촉법소년들의 살인이나 성폭력 범죄가 증가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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