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6000원에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서 문 닫기 전까지 거의 매일 갔어요.”
서울 강남구 A빌딩 내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 권모 씨(32)는 12일 점심식사를 하러 가던 중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젠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어졌다”며 아쉬워했다.
이 빌딩 지하 1층에 있던 구내식당은 지난해 11월 문을 닫았다. 권 씨는 “사무실 인근 식당은 한 끼에 1만 원이 훌쩍 넘는 곳이 대부분이라 점심값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A빌딩 근무자 중 일부는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맞은편 건물 구내식당을 찾았다. 그런데 일대에서 몇 안 남은 구내식당이다보니 이미 줄이 50m 이상 늘어서 있었다. 기다리다 지친 몇몇은 결국 인근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먹었다.
● 3년 동안 서울에서만 884곳 문 닫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구내식당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후 손님이 돌아오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고물가와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이 발목을 잡았다.
서울 구로구 가산디지털단지 내 구내식당 관계자는 “재료 값이 20~30%가량 올랐고 조리용 연료비도 크게 올라 한 끼에 7000원은 받아야 한다”며 “경쟁입찰이라 6000원을 받겠다고 했고 그렇게 받고 있는데 수지가 안 맞는다”고 했다.
구내식당 운영업체 ‘진주랑’의 오현경 이사도 “코로나19 이전에는 마진율이 평균 7, 8% 가량이었는데 지금은 5, 6%로 낮아졌다”며 “규모가 작은 곳 중에는 1, 2% 밖에 못 남기는 곳도 있다”고 했다.
영업난에 빠져 폐업하는 곳도 적지 않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전국의 구내식당은 1만8308곳으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에 비해 3389곳(16%)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은 3906곳에서 3022곳으로 884곳(23%)이나 문을 닫았다.
지방도 상황은 비슷하다. 청년 스타트업 직원 200여 명이 일하는 광주 동구 ‘I-PLEX광주’ 건물 별관 1층 구내식당은 지난해 2월 문을 닫은 후 지금까지 12차례나 입찰을 진행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입찰가액이 3122만 원에서 620만 원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입찰에 응하는 업체가 없다고 한다.
● 서울대 기숙사 식당 조식 중단 움직임
마진이 줄어 운영이 힘든 건 학생식당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내 학생식당을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은 학생회 측과 기숙사 식당 조식 운영을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조식 이용자 수가 절반 넘게 줄어 지금은 하루 50명 안팎에 불과하다”며 “물가 상승에 전기요금 인상 등이 겹치면서 현재 식대(3000~4000원)로는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조식 운영 중단을 반대하고 있다. 서울대 기숙사생 박모 씨(24)는 “조식이 사라지면 편의점에서 때우거나 걸어서 20분 거리인 학생회관까지 나가서 아침을 해결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광주에 위치한 전남대의 경우 2021년 12월 건물 리모델링을 완료한 후에도 1년 넘게 제2학생회관 학생식당 운영자를 찾지 못하고 있어 학생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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