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의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의 범죄 관련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피를 도운 쌍방울 및 계열사 임직원 4명이 구속됐다. 구속된 4명 가운데는 김 전 회장의 친동생인 김모 씨, 김 전 회장과 폭력조직에 함께 몸담은 경력이 있는 임원 등이 포함됐다.
13일 수원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김 씨 등 쌍방울 관계자 2명에 대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쌍방울 계열사 임원 A 씨 등 2명에 대해 범인도피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부장판사는 “범죄가 소명됐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 사유가 소명된다”고 발부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지난해 5월부터 쌍방울의 각종 비리 자료가 담긴 증거물을 인멸하거나 김 전 회장을 해외로 도피시키는데 관여했다고 보고 9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김 씨 등 2명은 지난해 5월 검찰 수사관 출신인 쌍방울 임원 지모 씨가 현직 수원지검 수사관으로부터 쌍방울에 대한 수사기밀을 빼내 오자 이를 보고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뇌물을 준 정황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업무용 PC에서 ‘LHY(이화영)’ 명의로 된 법인카드 사용내역 등을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 씨의 구속영장에 이러한 증거인멸 행각을 지시하고 총괄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 측은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는 대체로 인정하지만,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총괄하지는 않고 그저 이행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 등 2명은 김 전 회장이 지난해 5월 싱가포르로 출국해 태국을 거쳐 최근까지 해외 도피를 이어오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조력한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이들이 도피 자금을 운반하며 김 전 회장의 체류비용을 대고, 그의 도피처에 수시로 김치나 생선, 참기름 등 한국 음식을 공수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 전 회장의 생일에는 계열사 소속 가수를 보내 호화 생일파티를 열어 준 것으로도 조사됐다.
법원은 이들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쌍방울 소속 2명에 대해서는 “도주 및 증거인멸의 염려, 구속 사유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도피 중 태국의 한 골프장에서 체포된 김성태 전 회장의 국내 송환은 이번 주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태국 현지에서 김 전 회장의 불법체류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이 열렸는데, 김 전 회장이 혐의를 부인하고 소송전에 돌입하며 송환을 미룰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불법체류 사실을 인정하고 벌금 3000밧(약 11만 원)을 선고받았다. 법무부가 김 전 회장의 송환을 위한 긴급 여권 발급 절차에 착수했다.
다만, 검찰은 김 전 회장을 이번주 안에 조기 송환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16일~17일 사이 송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전 회장과 함께 체포된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도 같이 송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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