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씨가 2021년 9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수사 초기부터 측근들에게 대장동 수익 은닉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직접 지시를 하다가 구속된 후에는 변호인을 통해 지시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이한성 화천대유 대표와 최우향 이사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시작되자 대장동 사업으로 얻은 수익인 화천대유 또는 천화동인 1호 자산을 은닉하기로 마음먹었다. 검찰의 추징보전 청구 등 환수 조치에 대비한 것이다.
김씨는 2021년 9월29일 배임 혐의로 자신의 주거지가 압수수색을 당한 시점부터 지난해 12월 대장동 개발 수익금에 대한 검찰의 추징보전청구가 인용됐다는 보도가 나온 시기 등 1년 이상 대장동 사건 수사와 관련해 변화가 있을 때마다 이 대표와 최 이사에게 수익 은닉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11월4일 구속 전까지는 구두로 직접, 구속된 이후엔 접견 내용이 녹음되지 않고 서류 열람과 필기가 가능한 변호인 접견 기회를 이용해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은닉 과정에서 이 대표는 수표 출금 및 교환 역할, 최 이사는 변호인들을 통해 김씨에게 은닉 자금 현황을 보고하고 그에 관해 김씨 지시를 받아 전파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들은 김씨의 형사사건을 변론하거나 화천대유 등과 자문계약을 체결한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회계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고 적법한 자금 집행인 것처럼 이사회의사록·주주총회의사록 등 관련 서류를 구비했고, 그 후 김씨 지시를 받아 수익금을 수표로 출금한 다음 수백 장의 소액 수표로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마련된 자금은 차명 오피스텔, 차명 대여금고, 집 안 금고 등 장소를 옮겨가며 분산 보관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김씨는 투자 등을 통한 추가 수익 창출까지 염두에 뒀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측근들에게 부동산·사채 등에 수익금을 투자하라고 수차례 지시했고, 실제로 최 이사는 일부 수익을 높은 이자율로 다른 사람에게 대여해 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대장동 B1 블록 수익금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7월엔 재수사에 대비해 가족들에게 자신이 보낸 은닉 관련 서신을 폐기하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와 최 이사는 그 후 검찰이 화천대유에 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수사협조의뢰 공문을 발송하자 수익 잔고, 사용처, 보관 주체, 관리 방법 등에 관한 자금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변호사들을 통해 김씨에게 전달했는데, 그 보고서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수표는 소액권 수표로 순차 교환해 지급 정지 등에 대비하는 등 마지막까지 재산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취지의 다짐이 담겨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대표와 최 이사가 이 같은 방식으로 김씨 등과 함께 ▲ 2021년 11월~12월 59억원 ▲2022년 6월 83억원 은닉 ▲2022년 6월~7월 40억원 ▲2022년 10월~11월 63억원 등 총 245억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최 이사에겐 2021년 10월 30억원을 은닉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 대표와 최 이사의 첫 공판기일은 오는 27일 열린다. 이 대표는 보석을 청구해 심문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도 이번에 수익금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 등 범행에 가담한 정황이 발견됐는데, 검찰은 이 전 대표와 김씨에 대해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