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싸움 말렸는데 ‘학대죄’…“무너진 교권” 동료교사 1800명 탄원

  • 뉴스1
  • 입력 2023년 1월 16일 10시 37분


코멘트
뉴스1
“학생들의 싸움을 말리다가 욕을 듣고 대신 맞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제지하다 아동학대로 신고나 고소를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실 붕괴는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습니다.”(세종시 교사)

“다른 학생의 학습을 방해하는 학생을 신체적으로 구속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주의를 분산시키려 책상을 넘어뜨린 것은 다른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고, 즉시 학생들에 사과했는데 아동학대라니 안타깝습니다.”(대구시 교사)

싸우는 학생들 앞에서 책상을 넘어뜨리고 반성문을 찢었다가, 아동학대 혐의로 송치된 광주 초등교사 A씨의 선처를 호소한 탄원서는 교사들의 자기 회고나 다름없었다.

16일 뉴스1이 광주교사노동조합을 통해 확인한 A교사 탄원서에서 전국 교사 1800명은 학생 생활 지도에 대한 심각한 애로사항을 토로하며 선처를 요청했다.

전국 1800여명 교사들의 탄원서는 교사 커뮤니티를 통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불과 사흘만에 모였다. 광주가 793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182명, 서울 92명, 대구 59명 등 1304명이 연명 탄원을 작성했다. 개별탄원서도 471개가 모였다.

교사들은 A교사가 싸우는 아이들을 말리는 과정에서 책상을 넘어뜨리고, 반성문을 찢게 된 경위를 참작해 줄 것을 호소했다.

서울의 한 교사는 “흥분한 학생들이 많은 교실에서 웬만한 소리나 종 치기로는 주의를 끌기 매우 어렵다”며 “큰 소리를 내야만 집중시킬 수 있던 상황임을 헤아려 달라”고 당부했다.

광주 한 교사도 “훈육할 생각이 없다면 반성하지 않는 반성문을 받고 그냥 넘어갔을 것”이라며 “자기 행동을 돌아보지 않는 반성문을 쓴 학생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또 A교사의 사건을 통해 저마다가 겪은 ‘무너진 교권’의 실태를 토로하는 이들도 다수였다.

대구의 한 교사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학생이 저에게 욕설을 하며 의자를 던지고 친구들을 때려도 대화로만 지도할 수밖에 없었다”며 “상담을 해도 자신은 촉법소년 나이가 아직 안 돼서 벌을 안 받는다고 말하며 막무가내였다”고 밝혔다.

광주 한 교사는 “수업 중 휴대폰 게임을 하거나 스피커로 음악을 들어도, 욕설을 하거나 친구를 때려도 교사는 하지 말라는 말로 달래는 수밖에 없다”며 “부모에게 이를 알려도 오히려 교사가 자기 자녀를 차별한다는 소리를 듣는 게 다반사다”고 토로했다.

탄원 연명을 추진한 윤정현 광주교사노동조합 위원장도 광주지검에 제출할 탄원서를 통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 7년간 부장 업무를 맡고 모범공무원상을 수상한 A교사의 헌신을 살펴봐달라”며 “교사의 책임만 이야기한다면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호소했다.

윤 위원장은 “규율을 지키지 않는 학생이 학습 분위기를 해치며 다른 평범한 학생들의 학습권도 위협한다”며 “교권뿐만 아니라 학습권 침해를 일삼는 행위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전무한 실정이다. 우리 사회가 반드시 바꿔야 할 숙제다”고 밝혔다.

한편 A교사는 지난해 4월12일 교실에서 싸우는 학생들 앞에서 책걸상을 손발로 밀어 넘어뜨리고 학생이 쓴 반성문을 찢었다가 정서적으로 학생을 학대한 혐의(아동학대)로 최근 검찰에 송치됐다.

광주경찰청은 아동 학부모가 고소한 5가지 혐의를 검토, 2가지 혐의는 교권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고 송치했다.

이에 A교사는 관련 혐의에 대해 “학생들이 흥분한 상태라 교실 맨 뒤 책상을 복도 쪽으로 밀어 넘어뜨리고, 아이들이 조용해지자 선생님이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며 “반성문으로 ‘나의 행동 돌아보기’를 쓰라고 했는데 잘못한 일이 없다고 해 이렇게 쓰면 안된다며 찢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사건으로 민·형사상 소송 중인 A교사는 “전국의 많은 교사들이 교사로서 사명감으로 교직을 시작했다가 고통받고 학교를 떠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며 “학생의 문제 행동을 보고 교사가 눈감는다면 그 피해는 나머지 다수 학생들이 감당해야 한다. 아이들을 바르게 지도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광주=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