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포카라 공항 인근에서 추락한 항공기에 타고 있던 군인 유모 씨(45)의 아내 A 씨는 16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항공기에는 육군 상사인 유 씨와 아들(14)이 타고 있었다.
A 씨는 전날 보도를 본 지인이 말해줘 항공기 사고 소식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남편은) 군인으로 근무하면서 상도 많이 받았고 일중독이라고 할 만큼 열심히 일했다”며 “가족들에게도 항상 다정한 남편이자 밝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아들 유 군에 대해선 “항상 말도 잘하고 밝은 아이였다”며 울음을 삼켰다.
유 씨는 최근 한 단체에서 철학 인문학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했을 정도로 자기계발에도 힘을 쏟았다고 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유 씨가 떠나기 전 ‘항상 감사하게 지내고 살아가니 행복합니다. 격려해주시는 마음을 연료로 삼아 무탈하게 다녀오겠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겼다”며 안타까워했다.
유 씨 지인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함께 일출 산행을 할 때 가장 앞에서 눈을 치워주는 사람으로 솔선수범하던 성격이었다”고 기억했다. 유 씨와 함께 교육을 들었던 이민규 씨(20)는 “매번 교육 장소까지 차로 태워주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한데 사고 소식에 황망한 마음”이라고 했다.
사고 현장을 이틀째 수색 중인 네팔 당국은 이날 유 씨가 사망자 신원 확인 명단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주네팔 대사관 영사가 소지품과 유류품을 통해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시신 2구를 확인했다”며 “네팔 당국이 필요한 검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신원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네팔 항공당국은 사고 원인 규명의 열쇠가 될 항공기 블랙박스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영국 및 인도 매체에 따르면 한 인도인이 항공기 내부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라이브 영상이 페이스북에서 발견됐다.
1분 30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승객 중 한 명이 “너무 재밌다”고 환호한 다음 순간 비행기가 급격히 한쪽으로 기울고, 이후 화면이 흔들리며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후 화염이 30여 초간 이어진다.
한편 원불교는 현지인 원불교 성직자 원성천(본명 아룬 파우델·47) 교무와 딸 원은우(프라시디 파우델·10) 양이 사고 항공기에 탑승했다가 숨졌다고 이날 밝혔다. 원 교무는 식수가 부족한 현지에 우물 302개를 만들며 네팔인들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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