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분향소 인근에서 시위를 진행하는 보수단체를 상대로 낸 접근금지 가처분 재판의 첫 심문기일이 17일 열렸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임정엽)는 이날 오후 2시께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가 보수단체 신자유연대와 김상진 대표를 상대로 낸 접근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협의회 측은 김 대표를 비롯한 신자유연대 소속 회원들이 분향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현수막을 내걸어 추모 방해와 모욕하는 행위들을 일삼았다며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의 요지를 설명했다.
협의회 측 대리인은 “신자유연대 소속 회원들은 분향소 바로 앞에서 무대 차량과 확성기를 동원해 추모 미사를 방해하고 분향소를 철거하라는 말을 확성기와 앰프를 사용해 방송했다”며 “희생자들을 모욕하고 조롱했다”고 말했다.
이정민 협의회 부대표는 “희생된 아이들에 대한 온전한 추모를 하고 싶었고, 시민들의 많은 위로를 받아 분향소를 설치했다”며 “분향소 내에서 어떠한 정치적 구호와 색깔을 낸 적이 없다. 법정까지 와서 이렇게 해야 하나 회의감이 든다”고 전했다.
반면 신자유연대 측은 협의회 측이 용산구청으로부터 도로 점령 허가도 받지 못했으며 분향소 내 정치적 행동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신자유연대 측 대리인은 “협의회 측에서 분향소 설치가 구청으로부터 허가가 났다고 거짓말을 했고, 허가가 났다면 양보해주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허가는 받지 않아 허가증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2월25일 정의기억연대가 집회를 강행했으며 당시 ‘윤석열이 내려오는 그날까지’라는 정치적 발언도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유가족을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대리인은 “이종철 대표가 저희가 하지도 않은 시체팔이, 폭력 행사를 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해서 고소한 바 있다”며 “언론과 각종 유튜버도 2차 가해를 했다고 주장하는데 그 내용에 대해서는 거짓말이 태반”이라고 전했다.
이날 재판부는 협의회 측에 실제 분향소 근처 방해 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그에 관한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또 신자유연대 측에는 분향소 근처 집회와 시위의 주체와 법적 근거를 설명할 소명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양측 준비서면을 받은 뒤 다음 달 6일, 인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신자유연대는 분향소 인근에 ‘이태원 참사를 활용해 선동하는 이들은 물러나라’는 취지의 현수막을 내걸고 집회를 열어 논란이 됐다. 당시 김 대표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시민대책회의가 반정부 활동을 위해 이태원 사고에 숟가락을 올리는 것이라 막아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유가족협의회는 지난달 29일 김 대표와 신자유연대에 대해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를 위한 분향소 출입 또는 접근을 막아달라고 신청했다.
또 분향소 반경 100m 이내에서 방송이나 구호제창, 현수막 개시 등 행위를 통해 추모를 방해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이 대표에게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지난달 21일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김 대표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 대표는 두 번에 걸쳐 ‘유가족 텐트 설치를 방해했다’, ‘시체팔이로 돈 벌려고 했다고 말했다’라는 등의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소장을 제출하지만, 자신의 허위발언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고소를 취하할 수도 있음을 밝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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