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어고(외고)’와 ‘국제고’를 사실상 통합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 횡성 민족사관고 등 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자사고)는 해당 지역의 학생을 일정 비율로 반드시 뽑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교육개혁의 일환이다.
17일 교육부는 국회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고교 교육력 제고 방안’을 보고했다. 원래 상반기(1∼6월) 발표될 예정이었는데 국회에 먼저 보고한 것. 본보가 입수한 ‘교육개혁 10대 핵심 정책’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국제고와 외고 체계를 완전히 재편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외고는 30곳, 국제고는 8곳이다.
교육부는 외고도 국제고처럼 국제 정치, 국제 경제, 지역 이해 등 국제 계열 전문 교과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72시간인 외국어 전문교과 필수 이수 단위도 줄여 자율성을 열어줄 계획이다.
민사고 등 전국단위 자사고, 지역인재 일정 비율 선발 의무화
교육부 ‘고교 개편방안’
외고, 외국어 줄이고 국제정치 등 확대
이는 현재 국제고도 외국어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고 체제가 국제고 체제에 흡수되는 셈이다.
개편의 배경은 외고를 둘러싼 시대적 변화 때문이다. 외고는 ‘외국어를 잘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1984년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 외국어 능력이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누구나 갖춰야 할 필수 조건처럼 변했다. 외고의 존재 이유가 희박해진 셈이다.
교육부는 국제고가 갖춘 글로벌 인재 양성 체제를 외고에 도입해 ‘외국어에 능숙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포석이다. 개편 뒤에도 학교 명칭은 ‘외고’ ‘국제고’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외고교장협의회 관계자는 “외고와 국제고가 추구하는 목표는 비슷하다”고 밝혔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과 학생들을 위해 과학고가 있다면 문과 학생들을 위한 특성화학교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사고, 전북 상산고 등 전국 단위 자사고 10곳은 내년부터 지역 인재를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선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민사고 신입생 153명 중 강원도 출신은 7명뿐이었다. 선발권을 쥔 이들 학교가 학력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 수도권 학생을 선호하고 지역 학생들을 기피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지방 명문고가 지방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역 인재 선발 의무 비율은 논의 중이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도 뽑을 수밖에 없는데, 저희 교육 철학과 맞지 않아 곤란하다”고 말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지역이나 학교 특성을 고려해 융통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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