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48일간 ‘역대급 도피’의 비밀 밝혀졌다…10년전 지인 동원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180㎝· 82㎏) 22.12.23/뉴스1 (서울남부지검 제공)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가 18일 추가 기소됐다. 이로써 검찰이 재판에 넘긴 도피 조력자는 총 5명이 됐다.

김 전 회장은 앞서 2020년 약 5개월간 도주했다 검거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접점이 없는 인물을 포섭해 도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 ‘접점없는 지인’ 이용…차량 두번 갈아타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준동)는 18일 김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친구 A씨(49) 등 3명을 범인도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10여년 전까지 김 회장과 알고 지내다 연락이 두절됐던 A씨는 지난해 10월 우연히 김 전 회장을 다시 만나면서 이번 도주를 도운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과 재향군인회상조회 등의 자금 1000억원대 횡령 혐의 재판의 결심공판이 다가오자 A씨와, 또 다른 지인인 B씨(60)에게 도주 의사를 비쳤다. 그러면서 사설 토토·카지노 운영권 등을 주고 거액의 현금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사람이 도주를 돕겠다고 하자 김 전 회장은 접선 장소와 도피경로 등을 의논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2월29일 경기도 동탄 소재 아파트에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검거 당시 김 전 회장이 숨어있던 장소(서울남부지검 제공)23.01.18/뉴스1

김 전 회장은 결심공판이 예정된 지난해 11월11일 오후 1시 팔당대교 인근에서 전자장치를 절단한 다음 대기하고 있던 B씨의 차량에 올랐다. 이후 계획대로 화성, 오산에서 차를 바꿔탄 후 C씨(37)의 차로 옮겨 동탄 소재 주거지로 함께 이동했다.

C씨는 A씨가 사회에서 만난 후배로 동탄에 있는 자신의 집에 김 전 회장을 이틀 동안 숨겨준 뒤 자신 명의로 임차한 인근 아파트로 김 전 회장을 숨겨주고 생필품과 휴대전화, 와이파이 공유기 등을 제공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행인이 없는 새벽을 틈타 임차 아파트로 은신처를 옮겼다.

◇ 검사·수사관 등 검거전담팀 구성…통화·계좌 110만건 분석

검찰이 초기 김 전 회장의 검거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도주를 도운 조카 D씨의 허위 진술 때문이었다. 김 전 회장과 계획을 사전 모의한 D씨는 도주 당일 하차 지점을 화성이 아닌 여의도 근처로 허위 진술했다.

김 전 회장은 미국의 친누나를 끌어들인 ‘3자 연결 통화’와 보안애플리케이션(앱) 텔레그램을 사용해 추적을 더욱더 어렵게 했다.

(서울남부지검 제공)

검찰은 도주 직후 검사 3명, 수사관 20명 등으로 검거전담팀을 구성하고 관련자들의 통화·계좌·검색내역 110만건을 분석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D씨가 중고 휴대전화를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중고 휴대전화 목록에서 B씨의 전화번호를 특정한 다음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잠복 끝에 B씨를 검거했다.

B씨가 검거되면서 수사망이 좁혀오자 A씨는 자수의사를 밝혔다. 수사팀은 A씨의 제보를 받아 지난해 12월29일 동탄 아파트에 숨어있던 김 전 회장을 검거했다. 도주 48일만이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방충망을 뚫고 탈출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도주 이후 조카의 허위진술, 가족의 도피 조력 등으로 추적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과학수사기법을 동원하고 철야잠복 등 현장 수사 끝에 김봉현을 검거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