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자율권 강화와 학생들의 수요에 맞는 특성화 교육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교육부의 ‘고교 교육력 제고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면서 교육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변화가 불가피한 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외고), 국제고 등은 우려와 환영의 반응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학교 선택 폭이 넓어져 학생 맞춤형 교육이 강화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우수 학교 쏠림, 학교 서열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자사고 지역 인재 할당은 역차별 우려”
18일자 본보 보도를 통해 알려진 고교 체제 개편안의 핵심은 그동안 ‘평준화’에 묶여 있던 각 학교의 자율성을 회복하고 학생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방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수도권 인구 쏠림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8일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전국 시도교육감들을 만나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며 “지역 여건에 맞춰 고교 교육을 자율적으로 혁신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학생 의무 선발’이 예고된 전국 단위 자사고 10곳은 술렁였다. 현재 전국 단위 자사고 중 현대청운고(울산)를 제외한 9개 학교가 자율적으로 지역 인재 전형을 운영 중이다. 민족사관고(강원)는 횡성군 학생 1명을 별도로 뽑는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올해 이들 10개교 신입생 총정원 2591명 중 지역 인재로 모집한 인원은 729명(28.1%)이다. 김천고(경북) 40%, 상산고(전북) 19.9% 등 학교별 차이가 크다.
의무적으로 뽑아야 할 지역 학생 비율을 정부가 고정할 경우 우수 학생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사고 관계자는 “정원 160명 중 6, 7명이 강원도 학생”이라며 “강원도 인구 비율(3%)로 보면 적절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자사고 도입 취지를 고려하면 지역 할당제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지역 할당으로 선발한 학생들은 졸업할 땐 다른 학생들과 성적이나 진학 결과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입학 당시의 성적 차이는 고교 3년 기간 동안 극복할 수 있어 큰 문제는 아니라는 의미다.
● “외고-국제고 통합, 학생 선택권 확대”
외고와 국제고의 교과 운영 차이를 없애 사실상 하나로 통합되면 학생들의 학교 선택 폭이 넓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각 지역에 따라 외고(30개)만 있고 국제고(8개)는 없는 곳도 많은데 외고에서도 국제 정치, 국제 경제 등이 포함된 국제 계열 교과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향근 안양외고 교장은 “인문계에도 더 특화된 학교가 생기면 자연계 쏠림 현상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고와 국제고의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학교 간 신입생 충원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입지가 탄탄한 상위권 외고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작은 외고들은 더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편안에는 혁신도시의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학교 운영의 자율권을 보장한 ‘협약형 공립고’를 만들고, 기업의 자사고 설립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송기창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꾸려면 피해를 보는 학생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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